현대중공업 투쟁:
정병모 집행부가 이번에는 투쟁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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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측이 노동자들을 확고히 쥐어짜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사측은 11월 10일 “임원은 최대 70퍼센트, 직원은 60퍼센트까지 연봉 격차를 둬 경쟁을 유도하겠다”며 성과 연봉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12월에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부터 시작해 내년에는 “전 직원”에게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 차별을 만들어 경쟁과 갈등을 조장하고 단결을 어렵게 하려는 것이다. 또 전체 노동자들의 총액임금을 삭감하고, 노동강도 강화를 꾀하려는 의도이다.
이번 발표는 이미 예고된 방향 속에서 나왔다. 신임 사장 권오갑은 지난 10월 대대적인 ‘경영 혁신’을 선언하며 임원급 관리자 30퍼센트 해임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의 고삐를 쥐겠다고 밝혔다.
또, 사측은 최근 물량팀, 일당직 등 2~3차 초단기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사측이 상시적 전환배치, 정규직 대량해고 등도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런 공격의 이면에는 세계 조선업의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 경제의 둔화와 유럽연합의 경기 침체 등으로 조선업계가 심각하게 압박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2조여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수주액은 올해 목표치의 절반을 겨우 넘겼다고 발표했다.
사측은 이런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혈안이다. 따라서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아내고 기본급 인상 등 임단협 요구를 쟁취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할 뿐 아니라, 앞으로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지키는 데서도 중요한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지난 7일 예고했던 2시간 파업 계획을 하루 전에 갑작스럽게 유보시킨 것은 매우 안타깝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 빅3 중 하나고,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 이곳 노동자들이 20년 만에 파업을 예고한 것은 지배자들에게도 걱정거리였을 것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투쟁은 민주노조운동도 고무했다. 그래서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공멸” 운운하며 파업을 비난하고 나섰다.
게다가 사측은 현대중공업 파업을 하루 앞두고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조 집행부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 노조를 고립시키려 했다.
공세
이 속에서 정병모 집행부는 상당한 압력을 받았던 듯하다. 그는 결국 현장 조합원들의 이해를 일관되게 대변하기보다 파업을 유보하는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 노동자 운동의 큰 기대를 모으며 등장한 정병모 집행부도 사측과 현장조합원들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타협을 중재하는 노조 관료주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파업 계획을 취소한 바로 그날, 현대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 조합원들은 압도적 반대로 집행부의 안을 거부했다. 그래서 정병모 집행부의 갑작스런 파업 취소는 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들에게 더한층 실망감을 안겨 줬다.
무엇보다 노조 집행부의 파업 취소는 사측이 더한층 공세를 취하는 기회로 작용했다. 사측은 곧바로 성과연봉제 계획을 발표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은 맥이 풀렸다. 이후 집회 대열은 현저히 줄었다. 일부 노동자들은 집행부에 항의하기도 했다.
“답답합니다. 노조가 뭐라도 좀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파업할 때 언제 합법이었던 적이 있나요? 올해는 제대로 싸워야 합니다.”
현장의 불만이 상당했기에, 정병모 집행부는 다시금 투쟁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그 뒤에도 집행부는 시간을 끌어 왔지만, 노조가 다시 파업을 하겠다며 11월 20일 결의대회를 열자 대열이 4천여 명으로 다시 불어났다.
최근 노조는 11월 27일 4시간 파업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본격적인 조직에 착수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위원장이 파업 계획을 유보했을 때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다니 다행입니다. 이번에는 꼭 성사되길 바랍니다.”
사측에 타격을 주는 파업을 하려면 원하청 연대도 매우 중요하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만큼 지금부터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방어하면서 투쟁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