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반자본주의 운동가 조제 보베 인터뷰

󰡒WTO는 지배를 위한 기구입니다󰡓

Q WTO와 자유무역 협정이 노동자와 농민 등 평범한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WTO에는 해당 나라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식량을 수입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4퍼센트 의무 수입 규정이죠. 이것은 농업 붕괴의 시작입니다.

수입과 수출을 하는 자들은 주로 거대 다국적기업들이고 이들은 다른 나라에 농산품을 덤핑합니다. 덤핑이란 농산품을 생산가격보다 낮게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쌀이 대표적 경우죠.

또한 WTO는 전 세계 노동자들을 서로 경쟁시키고 사회적 덤핑을 합니다. 사회적 덤핑이란 노동자들을 소득과 사회적 권리 수준이 낮은 나라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힘들게 만들고, 거대 기업들이 그 나라에 진출하기 쉽게 합니다. 이렇게 그들은 사회적 덤핑을 자행합니다.

WTO는 사회적 덤핑을 보장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생산의 탈현지화 때문에 공장들이 외국으로 떠나고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고 있습니다.

Q 자유무역 협정의 폐해를 WTO 개혁을 통해 극복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WTO 개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국제 무역 규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규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WTO의 규정은 국가간 평등한 무역을 위한 규정이 아닙니다. 명백하게 지배를 위한 규정입니다.

저는 WTO의 규정을 모두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WTO의 규정을 올바르게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WTO는 출범 이후 계속 지배를 위한 기구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WTO 산하 특별 법정은 강대국과 약소국을 차별 대우합니다. 심지어 약소국이 미국에 승소하더라도 이 약소국이 미국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WTO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하는 데 봉사하는 기구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Q 광우병 파동, 유해한 식품 첨가제, 유전자 조작 농산물 등 세계적으로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식품 안전 위기의 원인과 그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원인은 앞서 이미 제가 말했던 점에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WTO를 통해 나머지 국가를 지배하고 싶어합니다.

WTO의 농업 규정에 따르면 가입국들은 필요하지 않더라도 일정량의 식량을 수입해야 하고 이것은 곧 소수의 다국적기업을 위해 해당 국가의 농업 보호 정책이 파괴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다국적기업들은 이제 세계 식량 공급을 좌지우지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며칠 전 인터넷에서 봤는데 세계 최대의 곡물회사 카길이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농업을 통제하게 됐답니다. 카길은 코트디부아르의 정치 위기를 이용했습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Q 1999년 시애틀 시위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운동이 거둔 성과는 무엇이고, 향후 전망은 어떠합니까?

이 운동은 아주 새롭고 20세기의 운동과는 많이 다릅니다. 이것은 정해진 방향이 없는 운동이며, 대중을 위해 운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국제 위원회도 없습니다.

다만 남반구와 북반구, 노동조합 활동가, 농민, 환경주의자, 소비자 운동 등 다양한 운동들이 서로 함께 싸우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공통의 쟁점을 찾아 국제적으로 동원하고, 세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논의하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2001년 이래로 세계사회포럼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세계사회포럼은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시작했고, 올해 뭄바이를 거쳐 내년 1월에는 포르투 알레그레로 다시 돌아갑니다. 2년 뒤에는 아프리카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모든 운동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시민사회가 자기 문제에 대해서 국내적 해결이 아니라 국제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될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내년 12월 홍콩에서 열릴 WTO 각료 회담에 반대하는 국제적 동원이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시위가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홍콩은 시애틀과 칸쿤 이후 아시아에서 최초의 대규모 동원입니다. 따라서 아시아에서 많이 동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오겠지만 아시아보다는 당연히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국․타이․필리핀 등에서 많이 동원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WTO 안에는 많은 모순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들 사이의 모순이 더 커지게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시민사회로서, 사회운동으로서 우리는 이 모순을 극대화해서 일부 나라들이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WTO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동의해야 합니다. 한 국가라도 반대한다면 협정은 깨집니다.

그리고 단지 농업만이 아니라 다른 다양한 쟁점에서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한 쟁점에서라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협정은 무효가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모순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WTO의 책임은 각국 정부의 책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국 정부에게 친WTO 정책은 국민들의 의사를 거스르는 정책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자기 나라 정부에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정리 : 김용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