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셈 민간 포럼 참가기- 반전 운동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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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운동 회의에서는 유럽과 아시아 10개국 대표들이 발표했다. 이 토론에서 두 가지가 주요하게 논쟁됐다.
하나는 지금 반전·평화 운동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문제였다.
일부 발언자들은 이라크에 집중하는 것에 이견을 표명했다. 프랑스 아딱(ATTAC:금융거래과세연합)의 크리스토프 아기똥은 “지금의 반전 운동은 베트남전 당시와는 다르다. 그 때는 전쟁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전쟁만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문제도 많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인민정의당 활동가는 “운동이 지나치게 미국 제국주의 반대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인들은 아시아 제국주의 문제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재건공산당(리폰다찌오네) 활동가는 이라크의 중요성에 이견을 달지는 않았지만, “동원 구호에 [콜롬비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 반대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러한 주장이 옳은 측면이 부분적으로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시아에서 제국주의 문제는 중요하다. 중국·일본·한국 등은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그들은 자기 나름의 이해관계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기 이익을 위해 이런 저런 방식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이라크에서 미국에 결정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힌다면 그들의 정당성도 의심받을 것이다. 이것은 아시아에서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에 득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약과의 전쟁’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우선순위를 따질 필요가 있다. 지금 미국 제국주의를 패배시키는 데서 이라크와 콜럼비아 중 어디가 더 중요한가? 나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마약과의 전쟁에도 반대할지 확신할 수 없다.
나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이유를 막론하고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을 최대한 동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약과의 전쟁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운동에 참가하면서 그 안에서 선동하면 된다. 하지만 반전 운동 전체 구호는 최대한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
단순 명료
남반구초점의 월든 벨로도 오후 토론에서 발언을 시작하면서 오전의 논쟁에 대해 논평하자면 나는 미국 제국주의와 싸우는 데 당분간 이라크와 중동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라크에 13만 명이나 배치해 놓았다. 중동은 미국이 자기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이다. 하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은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지지 문제였다. 월든 벨로는 베이루트 반전 회의에 아랍 민족주의자와 이슬람 원리주의자도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그들과 함께 어떻게 반전 운동을 건설할지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웨덴 아딱 활동가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은 이라크 저항세력, 특히 알사드르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베트남전 당시에는 베트남 민족해방전선[NLF]이라는 우리가 지지할 수 있는 분명한 조직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라크에 존재하는 잡다한 단체들은 이슬람 원리주의에 영향을 받고 있다. 그들은 여성을 억압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과연 사드르를 지지해야 하는가? 그들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 아딱의 아기똥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모든 민족해방운동은 민족 전체를 단결시킬 수 있는 사상을 필요로 한다. 불행히도 이라크에서 그것은 이슬람 원리주의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에서 과연 이란 같은 정치 체제가 들어서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베이루트 회의에 그들이 참가하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슬람은 좌파를 탄압해 왔다. 사실 그들이 다수였으면 우리는 이미 끝장났을 것이다.”
이런 주장에 즉각 반박이 있었다. 나는 “스웨덴 아딱 동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한다. 한국에서도 김선일 씨가 죽었을 때 비슷한 감정이 생겨났다. 이탈리아에서도 기자 두 명이 살해당했을 때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나는 이런 식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이 세계적 반전 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유감스러운 사건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우리가 저항세력을 포함한 이라크인들의 요구를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들은 식민지 점령 하에 있다. 그들은 무장투쟁을 포함한 수단을 동원해 싸울 권리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의 모든 저항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어떤 방식은 세계 반전 운동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라크 저항세력을 무조건적, 그러나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판적 지지
인도의 반핵 단체 CND[핵비무장운동] 의장이자 반전 활동가인 아친 바냑은 “우리는 구호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베트남전 당시 유럽에서 구호는 ‘베트남에 승리를!‘이었지만 미국에서는 ‘군대를 집으로!’ 였다.
“그러나 이것이 미군 철수에 조건을 다는 것으로 확대돼서는 절대 안 된다. 저항세력이 이슬람 원리주의자여서 또는 내전이 걱정돼서 유엔이 개입돼야 한다는 등 철군에 조건을 달아서는 절대 안 된다.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철군을 주장해야 한다.
“이슬람주의자들 문제는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인도에서 우리가 반핵 운동을 조직할 때 힌두와 이슬람 교도들도 참여했다. 그들 중에는 분명히 우파도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는 반동이 아니다. 여성 문제를 포함해서 그들의 생각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나는 이들을 전부 동일한 원리주의자로 간주하는 게 과연 운동을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분명히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바냑의 주장은 커다란 박수를 받았다.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서 무엇이 더 효과적인 전략·전술인가 하는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다. 치열한 논쟁은 여전히 반전이 매우 중요한 이슈임을 확인해 줬다.
우리 운동 내부에도 분명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우호적인 논쟁에서 단호하게 이라크 전쟁에 집중해야 함과 이라크에서 미국의 무조건 철수를 주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