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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과 요금 인상을 위한 서울시의 지하철 공사 통합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 말까지 서울메트로(1호선~4호선)와 서울 도시철도공사(5호선~8호선)를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하철의 적자(양 공사 부채 4조 6천억 원 등)를 개선하기 위해, 양 공사를 통합해 양쪽의 낭비 요소를 줄이겠다고 한다.

1994년에 당시 정부는 서울 지하철 2기 출범에 맞춰 지하철공사를 분할했다. 당시 분할의 목적은 양 공사 간 경쟁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였고, 매우 전투적이었던 서울지하철노조를 약화시키려는 목적도 깔려 있었다.

실제로 분할 이후 서울 지하철 노동자들은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등의 압력을 받아 왔다. 그래서 지하철 노동자들 사이에서 통합에 대한 제기가 계속 있어 왔다.(2013년 7월 설문조사에서 노동자 1천5백28명 중 74퍼센트가 통합에 찬성했다.)

양 공사를 통합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상향평준화 하자는 노동자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은 지하철 안전과 서비스 강화와도 직결된다.

비용 절감과 인력 충원 · 안전은 반비례한다. ⓒ사진 출처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그러나 서울시가 발표한 이번 통합 구상은 철저히 비용 절감에 맞춰져 있다.

서울시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운영 인력이 9호선에 비해 현저히 많다며, “중복업무 정리, 인력 재편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겠다고 밝혔다. 무조건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지하철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말이다.

반면, 서울시는 지하철 노동자들의 인력 충원 요구를 오랫동안 무시해 왔다.

도시철도의 경우 기관사 1인 승무로 자살하는 노동자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야간에 역사(驛舍) 1인 근무로 사고 대처가 어려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야간 근무 축소를 위한 4조2교대 도입도 더디고, 지하철 중정비 노동자들은 인원 부족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안전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데 말이다.

안전은 뒷전인가

서울시는 중복 업무 통합으로 남는 5백~1천 명을 현장에 배치할 수 있어 “추가적인 충원 없이도 …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분야에 효율적으로 직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2014~17년에 양 공사에서 2천6백 명이 정년퇴직 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정년퇴직 인력만큼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 “인위적” 감축은 아니지만 1천6백 명이나 감소하는 셈이다.

게다가 차량 분야의 외주 노동자들은 이번 통합 과정에서 ‘직고용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우려하고 있다. 2015년까지 서울메트로 경정비 외주화 노동자들을 직고용하고 정규직한다는 것은 박원순 시장의 비정규직 대책 중 하나다.

서울시가 지하철 공사 통합과 함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발표한 것도, 이들의 관심이 주로 재정 절감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2년마다 인상하기로 했고, 출퇴근 시간에는 이용 요금을 더 비싸게 받고, 환승 할인도 5회에서 3회로 줄이려 한다.

서울시는 무임승차 제도로 적자가 늘어 요금 인상과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임수송 증가에 따른 적자는 중앙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원순 시장은 국가 지원을 늘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지하철 노동자와 다른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셈이다. 서울시의 거꾸로 가는 정책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가 책임을 면제하는 효과를 내, 도리어 박근혜의 복지 삭감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 줄 뿐이다.

정치적 독립성

서울시가 비용 절감에 몰두하는 것을 볼 때, 서울지하철노조가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과 ‘인위적인 인원 감축 불가, 고용안정 협약 준수’ 합의를 맺었다고 해서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서울지하철노조 지도부는 이번 통합을 지지했다. 서울시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발표한데다, 통합된 지하철공사에 ‘노동이사제’와 ‘경영협의회’를 도입해 노조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독일식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지키는 대안이 될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독일에서 시간제 저임금 노동자가 대폭 늘고, 실질임금이 삭감됐지만, 노동이사제를 막지 못했다.

이번 서울시 지하철 통합안은 박원순 시장이 대권 도전을 위한 치적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박원순 시장은 ‘독일 모델’을 구현해, 경제 위기 고통을 큰 반발 없이 노동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는 ‘국정 운영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기성 체제에 보여 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지하철 노조 활동가들은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며, 현장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그럴 때 하나로 합쳐진 노동자들의 힘을 이용해 노동조건과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