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셈 민간 포럼 참가기-정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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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됐던 또 하나의 회의는 정당과 사회운동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공식 제목은 대중운동과 정치정당이었다.) 리폰다찌오네 국제서기 마르코 콘솔,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 〈레드 페퍼〉 편집장 힐러리 웨인라이트 등이 발표했다.
힐러리 웨인라이트는 올바르게도 당이 세계적 정의 운동[반자본주의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하며 그 방식은 과거 스탈린주의나 사회민주주의 정당과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웨인라이트는 정당이 운동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녀는 당이 의회 밖의 투쟁을 의회 내에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정당이 선거와 의회 진출에 자기 활동을 한정시키라는 주장과 큰 차이가 없는 듯했다.
거부감
그녀는 이상적인 새로운 정당의 예로 브라질 노동자당(PT)을 들었다. 지금 노동자당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면서 지지자들을 배신하고 있는 점에 대해 웨인라이트는 룰라가 대중이 얼마나 창조적일 수 있는지 잊었다고 대답했다. 왜 그렇게 됐는지, 또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그랬다.
웨인라이트와 달리 콘솔은 유럽에서 매우 중요한 급진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분명히 웨인라이트보다 정당의 역할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발제는 웨인라이트 같은 사람을 의식해서 상당히 수세적이었다.
그는 정당이 세계화, 전쟁과 평화, 생산관계 상의 쟁점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정당이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모순되게도 그는 정당이 운동 내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애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당은 다른 사회단체와 전혀 다를 바가 없으며 운동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도 맞지 않다. 2001년 제노바 G8[주요 8개국] 반대 시위에서 카를로 줄리아니가 경찰 발포에 의해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을 때 시위를 중단하자는 쪽에 맞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조직하자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리폰다찌오네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프랑스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 등이었다.
단병호 의원은 자신감 있게 정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당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이신데 저는 당이 운동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중 토론은 당의 이데올로기나 실천보다는 당의 구조 문제에만 치우쳤다. 이데올로기상으로 스탈린주의․사회민주주의와 어떻게 다른 당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사회자는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은 문제라며 무시했다.
사실, 참가자들이 대부분 NGO 소속인 아셈 민간 포럼에서 정당과 운동의 관계에 대한 토론이 잡혔다는 것 자체가 이 문제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운동이 크고 다양하고 중요할수록 정치적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모든 방향이 옳을 수는 없다. 여기서 올바른 정치를 구현하는 정당은 유익한 구실을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유럽의 반전․반자본주의 운동 역사는 급진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번 토론에서도 드러났듯이 상당수 활동가들은 당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부르주아 정당들에 대한 증오뿐 아니라 스탈린주의나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환멸과도 연관돼 있다. 이것은 올바르진 않지만 이해할 만한 반응이다.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이들과 토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