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은행가들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만이 답이다
〈노동자 연대〉 구독
그리스에서 내년 초에 조기 총선이 실시돼 시리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경제 위기의 대안이 더 중요해졌다고 파노스 가르가나스가 전한다.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지도적 활동가이고 그 당의 기관지 〈노동자 연대〉의 편집자다.
현재 붕괴하고 있는 그리스 정부는 보수 신민당과 개혁주의 사회당의 연립 정부다.
그리스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된 후 40년간 이 두 정당이 집권했다. 이제는 그들이 힘을 합쳤는데도 정권을 유지하기 힘든 지경이다.
이는 현 정치 체제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보여 주는 증거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려면, 그리스의 경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부채가 얼마나 큰 압력을 행사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은 지 5년이 지났다. 그동안 1년치 총생산량에 해당하는 돈이 오직 빚을 갚는 데 사용됐다. 이자만 해도 1년치 정부 예산에 이르렀다.
그동안 그리스 국민은 막대한 희생을 치렀지만, 이 빚더미에서 벗어날 길은 요원하다.
지난 5년은 급진화의 과정이기도 했다.
평범한 그리스 대중의 반격은 사실 구제금융을 받기 전인 2008년 12월에 시작됐다. 경찰이 알렉산드로스 그리고로풀로스라는 학생을 총으로 쏴 살해하면서 반란이 일어났다.
세계경제 위기 시기에 일어난 첫 반란이었고, 시작이었을 뿐이다.
이후 32번의 총파업, 광장 점거, 광범한 좌경화가 뒤따랐다.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의 지지율은 3퍼센트에서 34퍼센트로 치솟았다.
이제 시리자가 새 대통령 선출에서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새해 초에는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 [그리스 대선은 간선제이고 의회가 대통령 선출에 실패하면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
조기 총선
조기 총선을 막으려고 시리자에게 양보하라는 압력이 크다.
정부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을 위기인데도 시리자가 무책임하게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또한 노골적인 자본 도피 위협도 나타났다.
시리자 지도부는 런던 금융가 등에서 “투자 설명회”를 열고 헤지펀드와 은행가들을 만나 불황을 끝내고 성장을 회복시킬 계획이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헤지펀드들은 시리자가 당선하면 그리스에서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주식 시장은 대폭 하락했고 이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굉장히 양극화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전체 지배계급은 좌파가 승리하면 그리스는 파멸할 것이라며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럼에도 여론조사를 보면 향후 선거에서 좌파가 크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를 이용하려던 나치 황금새벽당은 지지를 잃고 있다. 시리자 정부가 들어서고 공산당과 반자본주의 연합체 안타르시아가 그보다 왼쪽에서 강력한 야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시리자 정부가 우파적 압력에 타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 한다. 시리자 내부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당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의 급격한 우경화에 충격을 받았다.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것은 단순히 경제 위기 탓이 아니라 저항이 일어났기 때문에 정부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11월 말부터 지금까지 총파업과 학생 점거 물결과 거대한 그리고로풀로스 추모 시위가 있었다. 그리고로풀로스의 친구 니코스 로마노스가 감옥에서 벌이는 단식 투쟁 때문에 이런 시위가 더 절박해졌다.
이런 압력을 계속 유지해야 정부를 몰아내고 선거적 승리를 실질적 변화로 연결시킬 수 있다.
파업 투쟁과 반파시즘 운동은 즉각적인 요구를 내걸었다.
황금새벽당 재판을 더는 지체하지 말고 집행하라. 해고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복직시켜라. 폐쇄된 병동을 재개원하고, 민영화된 피레에프스 항구를 재국유화하라.
어떤 좌파 정부도 빚을 갚으면서 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쟁점은 노동자 통제 문제이다.
시리자는 국영방송 ERT에서 대량 해고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ERT 노동자들은 만약을 대비해 선거 당일 밤 방송국 건물을 점거하겠다고 공언했다.
은행가들의 협박에 대응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정부가 은행 시스템을 장악하지 않으면, 은행가들은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방해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부채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하고 은행을 국유화하자는 반자본주의 좌파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