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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인하와 러시아 루블화 폭락, 지뢰밭을 걷는 세계경제

최근 러시아의 루블화 폭락과 디폴트 우려는 세계경제가 언제 재침채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루블화는 올해 초 달러당 30루블 선이었지만, 이달 들어 80루블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6.5퍼센트포인트나 높여 17퍼센트로 올렸고 올해 외환보유고를 8백억 달러 이상 쏟아부었다. 미국도 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루블화 가치가 반등했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루블화 가치 하락과 급격한 금리 인상은 기업들의 위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둘째로 큰 항공사인 트란스아에로(Transaero)는 최근 빚 부담을 견디지 못해 정부와 채권단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다. 러시아 2위와 3위 은행인 브이티비(VTB)와 가스프롬 은행도 정부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위기가 디폴트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람들은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4천억 달러 수준인 데 비해 1년 내에 갚아야 할 대외부채는 1천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외환보유고는 2013년 말 5천억 달러가 넘었지만 1년 만에 4천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러시아 은행이나 기업의 외화 차입 규모가 6천억 달러가 넘는데 은행과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민간 부문의 빚이 정부의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는 “지금 속도로 외환보유고가 계속 감소하면 2015년 여름 즈음에 한계가 올 수 있다” 하고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발표해 2015년 러시아에서 “제2의 모라토리엄 발생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하고 예상했다.

원인

이번 위기의 배경에는 여전이 계속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가 자리잡고 있다. 경제 불황 때문에 세계적으로 생산은 둔화해 석유 수요는 적어지고 셰일석유 개발 등으로 공급은 늘어나 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0~2013년 배럴당 98달러였던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해 이번 달에는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러시아는 재정의 절반가량을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유가 하락은 국가 수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가 균형재정을 달성하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백10달러 수준이 돼야 한다.

사실 러시아는 2012년 중반부터 상당히 높은 유가에도 성장이 둔화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자원 수출이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데 러시아의 최대 수출지역인 유럽의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도 타격을 받았고 기업들의 투자율이 줄면서 내수도 떨어져 2013년 러시아 경제성장률 1.3퍼센트로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 하락은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이어진 서방의 경제제재도 러시아 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했다.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사우디 석유장관 알리 알나이미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가가 20달러로 떨어져도 감산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석유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산유국들은 유가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유가 하락을 서방의 음모라는 식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유가 하락은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서 격화된 자본주의 경쟁 논리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유가 하락이 계속될 경우 위기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배럴당 1백60달러는 돼야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신용평가기관들은 베네수엘라가 1년 안에 부도를 할 가능성이 90퍼센트가 넘는다고 발표했다. 이란도 배럴당 1백30달러 수준에서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유가 하락으로 인한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영향

유가 하락과 산유국들의 디폴트 위기는 세계경제를 다시금 추락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첫째 지금의 사태는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키울 것이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매우 낮았다. 그나마도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비롯한 바가 컸다. 유가 하락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경향을 강화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제 위기는 유럽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의 최대 수출대상이며, 유럽에게 러시아는 3대 교역국이다. 러시아의 경기가 침체할수록 러시아에 투자한 유럽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해 유럽 경제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디폴트 위기는 신흥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1997년에 태국에서 시작해 한국 등 동아시아로 이어진 디폴트 위기가 1998년 러시아로까지 이어진 것처럼 이번에도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정은 쉽게 확산할 수 있다. 실제로 루블화 위기 이후에 터키와 남아공, 인도네시아 등의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외국인 자본 유출도 중국에서 25억 달러로 가장 많이 벌어졌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발 위기가 “한국에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지만 신흥국 전반에서 자금이탈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셋째 이런 위기 상황에서 지정학적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최근 위기 상황에서 미국과 캐나다 등은 러시아에 추가 경제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숨통을 더욱 틀어쥐는 것이다.

푸틴은 이에 “겁내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서방이 러시아를 궁지에 몰기 위해 제재를 하고 유가하락을 공모했을 수 있다며 경제 위기의 책임을 서방에게 돌리며 내부적인 위기를 봉합하려 하고 있다.

위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려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아귀다툼은 노동계급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러시아는 군비는 축소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 계급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긴축을 하겠다고 한다. 푸틴은 자신의 임기 내에 군비와 안보에 쓰이는 돈을 제외하고 재정의 5퍼센트를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고통 전가에 맞서는 노동자 계급의 투쟁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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