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독자 편지-로스쿨 제도 도입과 진정한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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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제도 도입과 진정한 사법개혁
그 동안 로스쿨 제도 도입을 반대했던 대법원이 사법개혁위원회에 로스쿨 도입을 수용하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로스쿨 제도가 한국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은 학부 과정에서 일반적인 교양 과정을 거친 후 전문 대학원에서 법과 관계된 실무를 교육하는 것을 모델로 한다.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화추진위원회가 설립될 당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이 논란이 10년이 지난 지금에 정리돼 가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공격과 그에 따른 대중의 급진화와 무관하지 않다.
표면적으로 로스쿨 제도 도입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으로 인한 고급인력 낭비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김회선은 9월 1일 현행 사법시험 제도가 법학교육의 황폐화와 고시 낭인(浪人)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로스쿨 제도를 전향적 자세로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1천 명을 뽑는 시험에 3만 명 가량이 응시하고 있고, 대학생들이 고시 준비로 몰리면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들은 대부분 외부 사회와 단절된 채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법전에 파묻혀 살아간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이 법현실과 분리돼 있다는 점도 있다. 지난 2월 서청원이 감옥에서 풀려나왔을 때 사람들이 느꼈을 법이 공평하지 않게 집행된다는 느낌, 김현철이 병보석으로 쉽게 감옥을 나왔을 때 느낀 불평등,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사정없이 손배․가압류를 하는 불공정한 법 집행에 대한 분노를 법집행자들은 두려워한다.
로스쿨 제도가 온전한 모습으로 도입된다면, 일반 국민의 상식을 공유하는 법률가가 더욱 많아질 것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법률가가 되는 것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법적인 문제로 고통받을 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사법부라는 기관 자체가 자본주의의 억압을 정당화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법적인 도움이 계급 억압을 무너뜨릴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로스쿨은 그런 형태조차 아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로스쿨은 정원이 1천2백 명 정도이다. 지금의 사법시험보다 겨우 2백 명 더 뽑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법 작용을 통제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재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