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의 ‘합리적 온건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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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이 지난 9월 15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참석 대의원 88퍼센트의 찬성으로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했다.
현중 노조 지도부는 “현중 노조에 대한 연맹의 제명 결정은 계획된 음모”라며 “선처를 구걸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적반하장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명된 것은 지난 박일수 열사 투쟁에서 노조 지도부가 정몽준의 앞잡이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박일수 열사는 유서에 이렇게 썼다. “현대[중공업] 어용 노동조합은 그네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조합이고 노동자는 하나다는 원칙은 말장난일 뿐 열악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현중 노조 지도부는 “지하철에서 얼어죽은 사람도 열사냐”며 박일수 열사를 모독하고 심지어 경찰, 사측과 함께 박일수 열사의 딸을 납치해 회유하려 했다. 나아가 박일수 열사의 영안실로 쳐들어와 욕설과 폭행을 가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민주노조의 기본정신인 자주성, 민주성, 비정규직 보호의 원칙을 방기했”다는 금속산업연맹의 지적은 완전히 옳다.
물론 지도부와 조합원을 구분하지 않고 노조를 제명해 조합원들까지 내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제명은 우파 지도부에 대항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운신의 여지를 제약할 소지가 없지 않다.
제명 결정이 나자 현중 노조 지도부는 10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과 금속산업연맹 탈퇴를 공표했다.
재심 신청보다는 신속한 결별 선언이 현장 조합원들을 “외부세력”으로부터 차단하고 통제하는 데 더 낫다고 판단했음직하다.
한편,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를 줄곧 비난해 온 보수언론들은 “전투적 노동운동 거부한 현중 노조”(문화일보), “강경 투쟁 지시 거부한 현대중공업 노조”(중앙일보)라며 칭찬하기 바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박일수 열사 투쟁을 훼방한 현중 노조 지도부가 ‘합리적’인 ‘온건 실리주의’라는 것이다.
이제 우파 지도부에 독립적인 현중의 활동가와 노동자들은 현중 노조의 투쟁 전통을 회복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