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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를 ‘사유화’하려는 기업도시법

기업도시 특별법은 한 마디로 도시 전체를 ‘사유화’하는 계획이다. 상하수도와 도로, 주택 등은 물론 학교, 병원 등도 모두 재벌들의 계획에 따라 건설되고 모든 것을 그들이 소유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경련의 규제완화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기업도시 건설에 참여한 기업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법인세, 소득세, 종토세 등의 세금이 경제자유구역 수준으로 감면된다. 토지의 절반 이상만 사들이면 전체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권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갖가지 행정절차는 최대한 간소화할 뿐 아니라 “원활한 사업 시행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 대행한다.”
전경련은 여기서 더 나아가 무조건적인 토지수용권과 영리 목적의 학교와 병원 운영권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러 가지 모델의 기업도시 중에서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그 동안 어마어마한 환경 파괴를 무릅쓰고 간척지를 조성한 새만금에 세워질 전망이다.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기업 사장들에게는 기업도시 건설에서 직접 얻는 이윤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제자유구역같은 특별구역을 더 만들어 각종 노동·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부문 사유화에 속도를 더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는 듯하다.
삼성은 “이번 정책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기업도시 정책에만 국한하지 말고 기업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기를 바란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아래로부터의 항의가 거세지자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정부가 추진하던 기업도시법안을 의원입법을 통해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했다.
이런 도시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은 대기업의 행정위원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경찰이 지켜야 할 모든 것은 특정 재벌의 재산일 것이고 여기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파업은 도시 파괴 행위로 간주될 것이다. 골프장과 공단을 건설하기 위한 환경파괴도 여전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대기업의 행정위원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노무현의 기업도시 특별법 추진을 보며 영화 〈로보캅〉에서처럼 대기업이 경찰까지 지배하는 도시를 떠올린다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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