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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사유화를 중단하라

지난해 정부가 밀어붙인 철도 공사화로 철도청은 내년 1월 철도공사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최근 철도청은 공사로 전환되더라도 6조 정도의 부채가 2010년에는 14조 원, 2020년에는 36조 원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철도는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사실상 파산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고속철도 건설 등 막대한 건설 비용을 철도에 떠넘기고, 약속한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보조금을 계속 줄여나가면서 철도의 늘어나는 부채를 걱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이번 국회 국정 감사 때 민주당 의원 이낙연은 KTX 호남선이 애초 계획과 달리 ‘총선’을 겨냥해 경부선과 동시 개통하게 되면서 한국 정부는 계약 변경의 대가로 알스톰측에 9백40억 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고 폭로했다. 이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20조 원을 들인 고속철도 사업 자체가 완전한 낭비와 사기로 얼룩져있다. 기존 열차에 기술 보완을 하고 철로 복선화 등을 통해 고속철도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조 원이라는 돈을 낭비했다.

어불성설

정권 홍보를 위해 이런 낭비를 일삼은 자들이 바로 역대 대대로 철도 사유화를 추진하는 자들이다. 위선적이게도 정부는 지금 그 대가를 애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공사화는 현재 지선 외주화를 통해 7천여 명의 철도 노동자들을 외주화하는 계획과 시설·전기·차량·정비창 분야에서 자회사 설립 추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에 ‘한국철도공사’로 전환한 이후에는 전체 정규직 인력의 15퍼센트인 4천5백 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전환에 따라 7천6백여 명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인력을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 부족 인원의 대부분은 외주화를 통해 때우려고 한다.
정부는 철도 부채 해결을 위해 요금을 인상하고, 적자 노선과 역을 없애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철도 안전과 직결된 시설 유지·보수와 관련된 업무를 철도시설공단에서 철도공사로 넘기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철도공사로 넘어가면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 유지·보수와 시설 투자를 찾아보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노무현이 극구 부인하던 철도 사유화의 내용이다. 여기에 정부는 한 술 더 떠 ‘철도사업법’을 국회에 상정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이 법을 지난해 통과시킨 철도산업발전기본법보다 상위법으로 만들어 완전한 철도 사유화법을 마련하고 싶어한다.

특전사

김대중 정부 이래로 지배자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철도 사유화 모델 가운데서도 가장 악명 높은 영국 모델이다. 영국 철도는 사유화된 이후 철도 노선과 제반 시설 등이 1백 개로 조각조각 찢겨 매각돼 중앙 통제가 불가능해졌고, 수익성 때문에 유지 보수에 투자를 인색하게 해 패딩턴역 열차 사고, 햇필드 열차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를 끊임없이 불러 왔다. 그리고 고약하게도 구간별, 시간대별 요금 격차를 둬 출퇴근 시간대에 가장 높은 요금을 물렸다. 그 사이 경영자들과 주주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고, 심지어 파산했을 때도 엄청난 이익을 챙겨갔다. 영국 철도는 사유화 이후 결국 파산해 재국유화로 끝이 났다.
이처럼 매우 위험하고 낭비를 낳을 것이 분명한 데도 철도 사유화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한 마디로 미친 짓이다.
철도 노동자들은 정부의 철도공사법 국회 건교위 상정 계획이 발표되자, 즉각 항의 집회를 열어 일단 상임위 상정을 유보시켰다. 그러나 철도 노조가 우려하듯이, 이 법안이 완전히 폐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에게 어떤 기대도 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공사화를 추진할 때, 철도노조는 공사화는 사유화가 아니라는 노무현의 거짓말을 순진하게 믿는 실수를 범했던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금 철도 노동자 파업에 대비해 특전사 대원들에게 운행 실습까지 시키며 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 철도 노조는 공사화에 따른 고용 불안 문제와 사유화 법안 완전 폐지 등을 내걸고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는 철도뿐 아니라 공무원 노조의 파업과 민주노총 하반기 파업 투쟁 등이 계획돼 있다. 이 때 한꺼번에 시기를 집중해 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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