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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을 예고하는 공무원 노동자들

공무원 노동자들의 파업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8월 21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무기한 파업을 결의한 공무원노조는 10월 27∼28일 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11월 1일부터 전면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떠들썩하게 싸우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주요 노동 쟁점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이한구는 공무원노조법에 대해 “한나라당안도 정부·여당안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이해찬은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를 용서하지 않겠다.”며 협박하고 파업기금 모금이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비아냥거렸다. 노동부장관 김대환은 공무원노조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당신들은 노동운동 할 자격 없다.”며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 노조 활동들을 핑계로 가장 전투적인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을 고소·고발하는 등 공격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격이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지를 꺾지는 못하고 있다.

파업

파업에 대한 열기는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선 파업기금 1백억 원 모금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가 매우 높다.
충북 옥천지부는 10월 1일 현재 98퍼센트 모금이 완료됐고 음성지부도 10월 2일 90퍼센트가 넘었다.
심지어 아직 모금을 시작하지도 않은 지부에서 모금에 참여하기 위해 노조 사무실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공무원이 더는 “안정된” 신분이 아니게 됐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정년제 폐지나 성과상여금 제도, 개방형 임용제 확대, 계약직 확대 등은 공무원들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만들 것이다. 상하수도 시설 사유화는 대량 해고 사태를 낳을 것이다.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파업 찬반 투표 이후 즉시 파업에 돌입하는 일정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중앙위원회에서는 법안의 국회 상정 시기가 12월로 미뤄질 경우 장기 파업이 불가능하다며 파업 일정도 그에 맞춰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제출됐기도 했지만 결국 11월 1일로 파업 일정을 못박았다.
많은 노조 지도자들이 찬반 투표 뒤에 파업 전까지 사측과 협상을 벌이면서 시간을 끌다가 결국 파업 열기를 식히고 김을 빼버리는 식의 관행을 되풀이해 온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결정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막상 찬반 투표와 파업이 다가올수록 이런 종류의 압력은 노조 안팎에서 더욱 커질 것이다.

압력

예컨대 지난 8월 21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는 민주노총 상급단체 가입안과 민주노동당 당우 확대 사업안이 부결된 바 있다.
이미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지지 결의안이 대의원회의에서 채택됐고 민주노총 가입안이 공무원노조 지도부의 공약 사항이었던 점을 떠올린다면 두 안의 부결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직 많은 대의원들이 파업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실, 그래서 열린우리당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들과 타협해야 한다는 노조 내 우파의 견해가 일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를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이데올로기적·물리적 공격이 강화되면 노조원들 사이에서 파업과 그 승리 가능성에 대해 혼란과 동요가 일 수 있다.
파업 찬반 투표에서 최대한 많은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투표 자체가 원천봉쇄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이럴 경우에는 투표를 고집하기보다 즉각 행동에 돌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 최근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으로 테러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공격하기 쉬운 조건을 만든다.
공무원노조가 지배자들의 이런 공격에 맞서려면 이번 파업에서 전쟁과 파병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십중팔구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공무원노조의 파업을 가능한 한 분리시키려 할 것이다. 의회에서도 법안 상정 시기를 뒤로 늦추는 것부터 1996년과 같은 날치기 통과까지 지배자들이 선택할 카드는 적지 않다.
만약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를 떨치지 못한다면 지배자들과 노조 내 우파의 파업 흔들기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당장 파업을 위한 선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 노조 지도부는 이를 위해 본부 순회 교육을 실시했고 파업을 민주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지부별 대의원대회와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아래로부터의 뜨거운 지지와 기층 활동가들의 파업 선동이 결합된다면 노무현이 올 겨울 내내 후회하도록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 지도부를 충분히 지지하되 지난 지하철 파업 때처럼 아무리 좌파적인 지도부라 할지라도 그들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거슬러 투쟁을 회피한다면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처럼 독립적으로 싸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공무원 노동자들의 대결은 격돌로 이어질 것 같다. 상황에 따라서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정부의 공격이 더 커다란 투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파업에 하반기 산업투쟁의 향방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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