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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와 함께한 등록금 투쟁

경희대 총학생회는 등록금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교육 재정 확보를 위한 자주경희 300 기자단'을 만들었다. 학생회 속에서 운동을 건설하려는 학생 그룹 동지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내가 학생회 속에서 운동을 건설하며 배운 교훈들을 적어 본다.

우리(이 글에서 우리는 과 내에 있는 학생 그룹 당원 4인)는 먼저 과에서 기자단을 건설하기 위해 조직자 모임을 제안했다. 조직자 모임은 작년에 등록금 투쟁을 함께했던 00학번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우리는 이 조직자 모임에 참가 제한을 두지 않았다. 등록금 투쟁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그런 탓인지 무려 10명의 선배들과 함께 기자단 조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기자단 참가를 공개적으로 제안하기 위해 먼저 학생회 명의로 대자보를 썼다. 그리고 이 대자보를 새내기들이 잘 다니는 곳에 붙여 놓고 인터넷 까페에도 올렸다. B5 양면으로 리플렛도 만들어서 다음 날 새내기들에게 배포했다. 리플렛에는 기자단 모집 공고, 등록금 투쟁에서 승리한 경험들, 작년에 선봉대를 했던 선배들의 말 등을 담았다.

다음 날 우리는 공개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활동가를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24명의 학우들이 대자보, 인터넷 까페의 글, 리플렛을 보고 찾아왔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등록금 인상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기자단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새내기는 이렇게 말했다. "아는 선배나 부모님은 학교에 가면 운동권 선배들을 무조건 피하라고 했다. 이런 자리는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린지는 구별할 줄 안다." 그는 곧이어 기자단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 새내기는 학교측이 이월 적립금 2천억 원을 쌓아 두고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당장 야구 방망이를 들고 교무실로 뛰어 가고 싶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존재할 수 있냐?" 공개적인 간담회를 통해 많은 새내기들을 기자단으로 조직할 수 있었다.

이틀 뒤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1차 결의 대회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학생회 명의로 제안하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날 결의대회에는 우리 과에서 5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했던 새내기들 모두에게 기자단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그 자리에서 10여 명이 넘는 새내기들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1차 결의대회가 내 마음에 불을 질렀다. 선배들이 같이 하자고 해서 너무 좋았다."

기자단에 대한 인식이 새내기들 사이에서 서서히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새내기들은 기자단의 문턱을 아주 높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자단의 문턱이 높지 않다는 내용의 두 번째 리플렛을 만들었다. 우리는 운동이 결의 높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삶 곳곳에서 우리의 권리를 찾는 일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기자단 숫자는 30명을 넘어섰다. 우리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기자단을 3개의 조로 나누었다. 각 조는 새내기 1명을 포함해 2명씩 운영팀을 선출했다. 우리는 행동 통일을 위해 공개적인 토론과 논쟁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토론에 기초해 운영팀은 모든 것을 글로 써서 배포했다.

'기자단 평가서, 토론과 논쟁 등이 왜 기자단 내에서 중요한가?' '서명과 종례가 왜 필요한가?' 등을 써서 배포 했다. 말로 전달하는 것은 오해를 낳을 수도 있고 말로 전달할 때 내용이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견이 있는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을 덮어두는 것은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말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기자단을 하면 운동권이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문제제기에서 부터 "서명을 받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선·후배 사이에서도 후배들끼리도 활발한 논쟁이 이루어졌다. 한 새내기는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품어왔던 의심들이 많이 해소되어서 너무 좋았다. 이제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과의 기자단 숫자는 35명이다. 우리는 언제나 동의와 설득에 기반해서 움직이는 기자단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기자단 하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인권을 내가 지키는 게 얼마나 값어치있고 중요한 일인지 알았다."고 한 새내기가 말했다. 또 한 새내기는 기자단 활동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아침 7시에 꼬박꼬박 일어나서 선전전을 가는 것은 이 기자단 활동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 줄 알기 때문이다. 기자단 활동을 통해서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현재 기자단은 계속 활동중이다.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토론과 논쟁에 바탕을 두고 움직인다면 슬기롭게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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