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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총파업:
현장이 열쇠를 쥐고 있다

최근에는 총파업이라는 말이 너무 느슨하게 쓰이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본래 총파업은 여러 부문의 모든 노동자들이 동시에 파업에 돌입하는 것으로, 노동자 계급 운동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의 하나다.

총파업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정부 공격의 규모를 볼 때 그에 걸맞은 투쟁이다. 박근혜가 단지 한두 부문의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는 게 아니라, 노동자 계급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면적 공세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면적 공격에 맞서 전면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4·24 총파업이 무늬만 총파업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이나 남미 등에서 정부의 내핍 강요에 맞서는 총파업에 수차례 벌어졌는데, 이런 총파업에 수십만,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우리도 총파업이라는 말을 공문구로 만들지 않으려면 민주노총 산하 노조 대다수가 4월 24일 파업에 실질적으로 돌입해야 한다. 그리고 위력적인 대규모 집중 파업집회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물론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이 현장 조합원들의 강력한 압력에 떠밀려 준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1905년 러시아 총파업이나 1968년 프랑스 총파업은 아래로부터의 주도력과 에너지가 충만한 총파업이었다. 오래 지속됐고, 정치적 요구와 경제적 요구가 결합됐고, 파업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노동자들을 끌어들였고, 혁명적인 성격을 띠었다.

조합원들의 힘과 자신감

이와 달리 현재 민주노총 총파업의 주도력은 한상균 지도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4·24 총파업에 회의적일 필요는 전혀 없다.

현장 조합원들은 지난 임원 선거에서 투쟁을 이끌 지도부를 선택했다. 그리고 지도부를 거슬러 투쟁에 나설 자신감은 없는 조합원들일지라도 지도부가 소명하는 총파업에는 나설 수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 임원들이 현장을 순회하며 진정성 있게 파업을 호소하자 현장 분위기는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활동가들은 민주노총 집행부의 파업 호소에 응해 기층 조합원들이 파업에 나서도록 조직하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투쟁적인 지도부의 등장은 투쟁에 좋은 출발이지만, 그 자체로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열쇠는 현장 조합원들에게 있다. 총파업을 성공시킬 힘은 현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기층의 활력이 없으면, 아무리 투쟁적인 지도자일지라도 타협 압력을 받아들이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지도자들과 보조를 맞추려 할 수 있다.

4·24 총파업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강한 경고를 보내고 공세를 주춤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조합원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설 힘과 자신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우선 4·24 총파업이 실질적으로 성사되는 게 중요하다.

활동가들은 투쟁이 최대한 멀리 나아가도록, 규모가 가능한 한 크고 전투적으로 되도록 애써야 한다. 총파업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용자의 공격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박근혜의 공세에 제동을 걸려면 하루 총파업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4·24 총파업이 성공적으로 치러져 조합원들의 사기를 북돋는다면, 4·24 총파업은 투쟁을 더 전진시키는 도약대가 될 수 있다.

활동가들은 총파업이 투쟁의 디딤돌이 돼 일련의 파업들과 투쟁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스, 32번의 총파업

지금 시리자가 집권한 그리스는 지난 5년 동안 32번의 총파업이 있었다. 처음에는 노동조합 지도부가 호소하는 총파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노동조합 내 전투적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자신감과 주도력이 높아졌다. 그것이 수십 차례 총파업이 이어지면서 정권을 네 번이나 무너뜨린 비결이었다.

현장 활동가들은 긴 눈으로 멀리 내다보며, 현장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주도력을 높여 나가고자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