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운동이 더 정치적으로 돼선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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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4·16가족협의회,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 주최로 경찰 탄압 규탄과 시민 피해 상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4·16연대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소속 단체이기도 한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들은 이 기자회견을 지지해 여럿이 참가했다. 그런데 기자회견 직후 시민단체 활동가라고 밝힌 한 사람이 이들에게 ‘운동권이 많이 와서 외부 세력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유가족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운동의 중심에는 유가족들이 있다. 운동이 지속돼 올 수 있었던 것도 유가족들이 단호하게 진실 규명을 요구한 덕분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광범한 ‘외부 세력’의 연대가 유가족들에게 큰 힘이 됐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정부와 우파는 유가족과 광범한 ‘외부 세력’을 분리시키려고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시위에 정권 퇴진 구호가 나오거나 정치 단체나 사회운동 단체들, 노조가 참여하는 것을 두고 “불순 세력의 개입”, “외부 세력에 의한 정치적 변질”이라는 식으로 비난해 왔다. 익숙한 상투어들이다.
특히 16일, 18일 집회 후에는 경찰이 강경하게 나오면서 우파 언론의 마녀사냥식 공세도 거세졌다. 아마 그 시민단체 활동가도 여기에 위축돼서 그런 발언을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보며 많은 노동계급 사람들이 깨달았듯이, 안전 문제조차도 계급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다.
노동계급과 서민 대중에게는 이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높고, 사고가 나면 구조를 못 받을 확률도 높다. 계급 간에 불평등하게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보면, 대형 사고는 대부분 작업장에서 일어난다. 이윤을 만들고 착취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장, 건설 현장, 백화점, 철도나 선박 등등. 이런 공간들 대부분이 노동자나 서민 대중이 일하거나 이용하는 공간들이다. 이런 곳들에서 기업주들은 비용을 줄여 이윤을 늘리려고 노동자를 쥐어짜고 안전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을 위해 국가는 안전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해 왔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오래된 건물의 수직 증축을 허용하고, 유해화학물질 취급 시설에 대한 관리 기준을 완화하는 등 규제 완화라는 돌팔이 ‘항암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안전 산업 육성’을 대안이라고 내놨다. 이는 위험에 대한 대비를 상품화한다는 것이고, 구매력이 떨어지는 노동계급과 서민 대중은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는 기업의 이윤 추구만이 아니라 국가가 이를 도우려고 지속적으로 안전 규제를 약화시켜 온 것과도 관계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은 기업의 책임만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까지도 따져 묻는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운동이 사회 운영의 우선순위 문제를 제기하고, 박근혜 정부와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이 정치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특별법 시행령 건에서도 보듯 박근혜 정부 스스로 진실 규명 방해 주범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참사 이후 이윤 획득을 가장 앞세우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의문과 각성이 커져 왔다. 유가족들 스스로 진상 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이런 모습을 보여 줬다.
‘이윤보다 인간’이 우선인 사회를 만들려면, 더 많은 정치적 각성이 필요하고 정치적 운동과 정치적 조직이 필요하다. 정부와 우파의 협박은 이런 식의 사태 발전을 막으려는 것이다.
탄압 협박과 외부 세력 개입 운운은 분노한 사람들을 위축시키고 이간시키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계급적 각성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좌파들이 세월호 참사에 적극 나서는 것은 스스로 정치적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다.
운동이 정치적으로 비치면 ‘역풍’이 분다는 수세적 태도가 도움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