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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시리자의 타협 전략으로는 긴축을 끝낼 수 없다

유럽연합(EU) 지배자들은 성가신 그리스에 점점 더 짜증을 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4월 24일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 회의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재무장관이 기존 약속을 뒤집으려 하며 쌍방 사이의 큰 거리를 좁히려 애쓰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세 달 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집권한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가 이끄는 그리스 정부에 대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기사 중 최신 기사다. 그것도 평소에는 그리스에 대해 좀 더 균형 잡힌 관점을 보였던 신문의 기사가 이렇다. 그리스 좌파 장관들의 이력을 적대감 넘치는 논조로 다루는 기사도 있었고, 심지어 시리자가 테러리즘에 관대하다는 기사도 있었다.

가장 수준이 낮은 기사는 크리스 자일스의 ‘어린아이처럼 구는 그리스를 다루는 방법’이다. 자일스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긴축 찬성파의 수장 노릇을 하는 듯하다. 지난해 그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선진 자본주의 세계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이려 사용한 통계 수치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려 어설프게 헐뜯었던 적이 있다.

자일스는 4월 17~18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자들의 정서를 이렇게 요약했다. “지난 2월 큰 틀에서 합의한 이후 대화를 피하는 그리스의 행동을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참석자들은 그리스의 태도가 유치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 당국자들은 떼쓰는 어린아이 같아요.’”

이렇게 지독히 오만한 태도를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긴축을 밀어붙이는 유럽연합과 엘리트들을 왜 메스꺼워하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태도의 논리적 귀결은 반민주적인데, 〈파이낸셜 타임스〉가 4월 초에 보도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몇몇 유로존 재무장관들을 포함해 많은 유럽연합 관리들은 개인적으로 넌지시 말한다.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시리자에서 극좌파들을 솎아 내야만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에 이를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생각은 치프라스 씨가 새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데로 이어진다. 그 대상은 그리스의 전통적 중도좌파 정당이자 지금 굉장히 궁지에 몰려 있는 사회당(PASOK)과 신생 중도좌파 정당으로 1월 총선에 처음 출마한 포타미(그리스어로 ‘강’이라는 뜻)다.”

황당하리만큼 멍청한 소리다. 시리자의 총선 득표율은 3퍼센트에서 36퍼센트로 치솟았는데, 치프라스에게 이런 성과를 모두 내버리고 유럽연합·독일 유럽중앙은행의 명령을 따라 낙오자들과 동맹을 맺으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은 1월 총선에서 사실상 날아가 버렸다.

양해각서

시리자 정부가 추구하는 전술은 전혀 비이성적이지 않다. 2월 20일 그리스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서명한 합의문에 따르면, 시리자 정부는 전임 정부가 맺은 [긴축] 양해각서 내용을 계속 이행해야 한다. [이 합의에서] 그리스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하고 채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시리자 정부는 그 대가로 그리스로 돈이 계속 유입되기를, 특히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 은행들에 돈을 계속 공급해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 합의 때문에 긴축을 지속해야 하고, 시리자가 야당 시절에 공약한 진정한 개혁을 내버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는 이 점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바루파키스가 긴축이 얼마나 어리석은 정책인지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것이다. 비록 유럽연합 지배자들은 그런 장광설이 귀에 거슬리겠지만 말이다.

그러는 와중에 그리스 정부는 IMF와 유럽중앙은행 등 불한당들에게 갚을 돈을 박박 긁어모으고 있다. 그것도 가뜩이나 예산이 모자란 공공부문에서 말이다.

시리자가 집권 전에는 중단시키겠다고 했던 피레우스 항구 민영화는 지금 진척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그리스 국방장관 파노스 카메노스가 5억 4000만 달러짜리 P-3 오라이온 해상 초계기 개량 사업을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과 계약했다. 이는 2006년 이래 그리스가 맺은 최대 규모의 군수 계약이다. 이로써 그리스 해군은 [지중해를 건너는] ‘불법 이민자’를 더 효율적으로 단속할 수 있게 됐다.

시리자가 ‘기관들’(최근 들어 IMF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집행위원회를 부르는 말)의 요구를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하겠다는 치프라스의 의지는 확고하다. 바루파키스가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돈다.

분명히 치프라스는 그 대가로 긴축을 완화할 재량권이 자신에게 하사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그리스의 서민들이 계속 고통을 겪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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