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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가 급등은 경제의 불안정성을 보여 준다

전 세계 실물경제의 성장은 점차 둔화하는데도 주식·채권·부동산 시장은 활황세를 보이면서 경제의 불안정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중국 상하이지수는 1년 전에 견줘 84.3퍼센트나 올랐다. 같은 기간 독일 닥스(25.2퍼센트), 일본 닛케이(29.5퍼센트), 미국 나스닥(16.7퍼센트) 등도 급등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5년 만에 2만 포인트까지 올랐고, 중국 상하이지수는 2008년 3월 이후 처음으로 4천 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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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스닥도 올해 들어 20퍼센트대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72조 달러(약 7경 7천조 원)를 돌파했다.

국채 가격도 뛰고 있다. 채권 금리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데, 최근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추락한 사례가 늘었다.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국채 가운데 30퍼센트 이상이 마이너스 금리다. 2조 8천억 유로(약 3천3백30조 원)어치쯤 된다.

독일 국채의 70퍼센트가 마이너스 금리고, 프랑스도 50퍼센트나 된다. 심지어 재정 위기를 겪은 스페인도 국채의 17퍼센트가 마이너스 금리다.

그만큼 채권을 사려고 돈이 몰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이자를 받기는커녕 웃돈을 주고서라도 국채를 매입한다는 뜻이다.

이런 채권 가격 거품은 대규모 ‘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어, 채권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최근 발표한 ‘세계 금융 안전성 보고서’에서 최근의 주식·부동산 시장 활황세는 거품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주식·채권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고 대규모 양적완화(자산 매입)를 시행하며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시작으로 영국은행(BOE),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이 돈 풀기에 합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비슷한 조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16조 위안(약 2천7백60조 원)에 이르는 데다, 올해 만기가 되는 중국 지방채가 4조 위안(6백90조 원)이나 돼서 이를 지원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막으려고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돈을 풀고 있다.

반면, 이렇게 풀린 돈들이 생산적 투자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PMI

미국·중국·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일본 등 세계 4대 경제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이하 PMI)는 일제히 하락했다. PMI는 제조업 경기의 대표적인 선행 지수 중 하나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에 못 미치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미국은 54.2로 3월(55.7)보다 1.5포인트 하락해 석 달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고, 유로존은 51.9로 0.3포인트 내렸다. 유로존은 특히 독일(52.8→51.9)과 프랑스(48.8→48.4)의 경기 하락이 두드러졌다. 중국과 일본은 50에 못 미쳐 경기 위축의 신호를 나타냈다. 중국은 49.6으로 지난해 4월의 48.1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일본도 49.7로 3월(50.3)보다 떨어졌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4.6퍼센트, 5퍼센트 성장하며 세계경제 성장을 홀로 이끄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 성장률은 2.2퍼센트로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0.2퍼센트로 급락했다.

미국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엔진 구실을 해 온 중국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2010년 10.4퍼센트를 기록한 중국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7.4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올해 7퍼센트대 성장률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발표된 1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7퍼센트였다. 그러나 실제 성장률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3~4퍼센트대이고, 물가지수 조작 등을 통해 성장률을 높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경기 급락은 중국 정부가 다급하게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3월 1일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4월 19일에는 급작스럽게 지급준비율*을 1퍼센트포인트(19.5퍼센트 → 18.5퍼센트)나 인하했다. 주식시장 거품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한 달이 멀다 하고 돈을 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 경제도 성장이 정체된 지 오래다. 한국은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0퍼센트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내수 성장이 미약할 뿐 아니라 엔화 약세 등으로 수출마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역시 부진한 경제 성장 등으로 최근에 또다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유로존도 양적완화로 일부 유로존 기업들이 숨통이 트였지만, 민간소비나 기업 투자를 자극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었다.

최근의 실물경제 둔화가 금융시장 거품에 기름을 붓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실물경제 둔화에 대응해 돈을 더 풀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식과 채권 가격은 더욱 치솟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이 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고 중국 정부는 7퍼센트 성장을 위해 돈을 더 풀 것이라는 예측들이 금융 거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자국 경제를 살리려는 각국의 경쟁적 돈 풀기는 전 세계에서 거품을 키우며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불안정성은 조만간, 가뜩이나 침체된 실물경제를 타격하는 폭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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