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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
노동당 배신 덕분에 재집권한 보수당

선거 결과는 재앙이다. 국민보건서비스(NHS)에도 재앙이고, 노동자들의 권리에도 재앙이고, 복지 수급자에게도 재앙이고, 장애인에게도 재앙이고, 기후변화에 맞서는 사람들에게도 재앙이다.

보수당은 전보다 긴축을 더 가혹하게 시행해도 된다고 여길 것이고 노동자들의 몫을 더 많이 빼앗아 갑부들에게 넘겨도 된다고 여길 것이다. 이민자와 무슬림을 속죄양 삼기도 더 악랄해질 것이다. 지금도 안하무인인 경찰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국내외에서 전쟁을 더 많이 벌이려 할 것이다.

보수당이 그토록 노동자들을 공격했는데도 어떻게 다우닝가[영국의 총리관저실이 있는 거리]를 또 장악할 수 있었을까?

노동당이 패배한 것은 너무 우파 같았기 때문이지, 너무 좌파 같았기 때문이 아니다. 스코틀랜드를 보라. 스코틀랜드에서 노동당은 1959년부터 지금까지 최대 정당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당은 이 나라를 뒤흔든 정치적 지진[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때문에 간신히 박멸(撲滅)만 면한 수준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의석은 6석에서 56석으로 늘었다. 이처럼 전례 없는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SNP가 노동당보다 좌파라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 줬기 때문이다. SNP 지도자들은 긴축, 트라이던트 핵미사일[미사일을 탑재하는 잠수함의 모항이 스코틀랜드에 있다], 전쟁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당의 외무담당 대변인 더글러스 알렉산더[이번 선거에서 SNP의 20세 여성 후보에게 패했다]은 다음과 같이 인정했다. “스코틀랜드는 보수당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지만 보수당에 맞서 노동당을 신뢰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노동당은 보수당과 함께 독립에 반대했다. 노동당은 기이하게도 그 뒤 우파적 인물을 지역 조직의 지도자로 내세우더니 그가 압력에 밀려 긴축에 반대한다고 말하자 그를 비난했다.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은 그 대가를 치른 것이다.

지지율

노동당 대표였던 에드 밀리반드는 일부 변화(억만장자들이 탈세하려고 영국 거주 외국인 지위를 받는 것 폐지, 연간 15만 파운드[약 2.5억 원] 이상의 소득에 대한 소득세와 대저택 소유에 대한 재산세 인상)를 약속하면서 지지율이 살짝 올랐었다.

그러나 그는 진보적 색채와 계급 정치를 거의 내비치지 않았다. 그 대신 “(정부 지출에) 철의 규율을 부과하겠다”, “(정부 부채는) 단 한 푼도 늘리지 않겠다”, “재정 적자를 해마다 줄이겠다”고 소리 높여 주장했다.

그가 공공부문을 더 공격하고, 임금을 더 억제하고, 해고를 더 늘리고, 보건·교육 부문을 더 쥐어짜겠다는데, 사람들이 열광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노동당 지도자들은 생활수준 하락에 대해 이주민을 탓했다. 어처구니 없게도 노동당은 [보수당 총리] 캐머런이 NHS에 돈을 더 쓰겠다고 말하자 “재원이 없는 공약”이라고 비난했다.

밀리반드와 그 측근들은 맥 빠지고 우파적인 선거운동을 벌임으로써 사람들을 배신했다. 토니 블레어 지지자들이 이참에 노동당을 더 우경화시키려 맘먹는다면 더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나마 노동당이 선전한 곳은 소수의 노동당 좌파 후보들이 출마한 곳이다. [하원 내 ‘사회주의 캠페인 그룹’ 지도자인] 존 맥도널드는 헤이스·할링턴 선거구에서 60퍼센트를 득표하며, 2위와의 표 차이를 지난 선거보다 5천 표 더 벌렸다.

우울한 결과도 많지만, 인종차별적인 영국독립당(UKIP)의 지도자 나이절 퍼라지가 낙선한 것은 정말 통쾌하다. ‘영국독립당에 맞서 일어서자’(Stand up to UKIP)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나이절 퍼라지 낙선운동을 벌인 덕분이다.

그러나 영국독립당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영국독립당은 거의 4백만 표 가까이 얻었고, 1백18개 선거구에서 2위를 차지했다. 우리는 영국독립당과, 그들이 성장하는 토양인 인종차별과 무슬림 혐오에 반대하는 주장을 계속해야 한다.

보수당과 영국독립당을 막기 위해 노동당을 찍어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노동당보다 더 좌파적인 후보들은 대체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많은 지역에서 ‘노동조합 활동가와 사회주의자 동맹’(TUSC)은 활력 있게 선거운동을 벌였고 호응도 괜찮았다. 그러나 득표로 이어지는 데에는 어려움에 컸다.

그러나 [모두 노동당의 전통적 텃밭인] 코벤트리에서 데이브 넬리슨이 1천7백69표[3.9퍼센트], 토튼햄에서 제니 수톤이 1천3백24표[3.1퍼센트], 베스날그린·보우에서 글린 로빈슨이 9백69표[1.8퍼센트]를 얻었다.

벨파스트웨스트에서 ‘이윤보다 인간을’의 후보로 나선 게리 케롤은 무려 6천7백98표로 거의 20퍼센트를 득표하며 2위를 차지했다.

레프트유니티의 선거 결과도 TUSC와 비슷했다. 이번 선거는 좌파가 단결해야 할 필요를, 즉 함께 운동을 벌이고, 함께 조직하고, 함께 선거를 치러야 할 필요를 더 분명하게 보여 줬다.

보수당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보수당은 의회 내 근소한 과반을 차지한 채로 대규모 긴축을 추가로 시행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총리 캐머런의 공약대로] 유럽연합 잔류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하는데, 보수당은 이 쟁점을 놓고 분열할 것이다.

보수당은 경제가 서서히 식어갈 뿐 아니라 각종 악재를 앞두고 있다는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보수당은 스코틀랜드에서는 대표성을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

투쟁과 정치적 폭발이 터져 나올 것이다. 1992년과 2010년 보수당이 집권한 뒤 그랬듯이 말이다.

우리는 파업, 공공주택을 위한 운동, 6월 20일 민중의회 시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투쟁, 기후변화 저지를 위한 대중 행동 등 가능한 한 많은 저항들에 기름을 부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재앙으로 우리를 이끈 노동당과 노동조합 지도자들에게도 도전해야 한다.

파업을 자제시키며 노동당을 믿으라고 했던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이제 투쟁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들이 투쟁하지 않으면 우리가 스스로 투쟁을 건설해야 할 것이다. 긴축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시행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이번 선거 결과를 이해하는 것은 선동하고, 조직하고,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더 잘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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