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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쟁의 고통을 짊어져야 했던 미국 청년들의 이야기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팀 오브라이언 저/김준태 역 | 한얼미디어

한 미국인 청년이 있다. 그는 스물 한 살이었던 1968년 6월 17일에 징집영장을 받게 된다. 그 무렵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그랬듯 그는 미국의 베트남 전쟁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에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가족을 포함한 모든 것을 버리고 평생을 도망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부당한 전쟁에 참전해 죽을 것인가. 그는 캐나다 국경 근처까지 가지만 차마 국경을 넘지 못하고 돌아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다.
이 소설은 이 청년과, 그와 함께 한 소대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은 20파운드의 보급품과 14파운드의 개인화기, 무전기와 중화기, 자동소총과 수류탄 등을 짊어지고 부비트랩이 매설된 정글을 걸었다.
그들이 짊어져야 했던 것들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무게 없는 공포, 수치심, 슬픔, 간신히 통제되고 있는 자신의 비겁함에 대한 비밀, 전염병들, 때로는 부상당한 동료나 아픈 동료.
고통스럽게도, 이것들 중 어느 하나도 그들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이 소설의 작가 팀 오브라이언은 1969년 2월부터 1년 동안 베트남 전쟁에 징집됐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베트남 전쟁에서 한 보병소대원들의 이야기이다. 22편의 단편소설들로 이어지는 연작소설 형태의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군인들의 무용담이 아니다.
다만 이 소설은 이미 부당함이 폭로된 전쟁에 끌려간 미군들에게 전쟁이 어땠는지, 그들이 무엇을 짊어져야 했는지에 대한 고발이며 그들의 행군 아닌 행군의 기록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작가 자신이거나 팀 오브라이언이 있었던 소대원들 중 하나이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앞 뒤의 단편에서 다시 배경인물들로 등장하는데 이렇게 해서 소대원들 각각의 초상은 모아지고 우리는 꽝 응아이 지역을 행군했던 한 보병소대의 구성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베트남 전쟁을 끝장낸 사병 반란이나 마침내 전쟁에 반대해 떨치고 일어선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사병들을 이해하는데 또한 현재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참전 군인들을 이해하는데 이 소설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취했음에도 하워드 진의 역사 에세이의 한 부분이고, 또 조너선 닐의 〈미국의 베트남 전쟁〉의 한 부분이다. 소설가이며 반자본주의 활동가인 아룬다티 로이는 “논픽션과 픽션은 이야기를 전하는데 있어 기법의 차이일 뿐”이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팀 오브라이언의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아룬다티 로이의 말을 계속해서 떠올리게 한다. “내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픽션은 내게서 춤추듯 흘러나오고, 논픽션은 내가 매일 아침 일어나 맞이하는 이 고통스럽고 깨진 세계가 비틀어 짜듯이 내보냅니다.”

조지영


평화를 염원하는 음악
임재범 5집 《공존(Coexistence)》

2001년 “하노이의 별”이라는 노래가 태어났다. 그 곡은 성조기에 그려진 핏빛 별이 아닌 평화의 별을 많은 사람들에게 새겨주었다.
이번에는 “사랑보다 깊은 상처”로 유명한 가수 임재범 씨가 반전 음악을 내놓았다. 임재범의 5집 음반에서는 부드러운 바이올린 선율에서부터 강렬한 드럼과 기타 소리까지 재즈부터 락까지 다양한 음악이 담겨 있다.
특히 6번째 곡 “총을 내려라”는 전쟁에 반대하는 곡이고, 8번째 곡 “식스 챕터(sixth chapter)”는 환경에 관한 곡이다. “총을 내려라”는 가수가 직접 작곡한 곡이고, “식스 챕터”는 직접 작사한 곡이다.
“식스 챕터”는 마치 폐허 위에 펼쳐지는 디스토피아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어둔 하늘에 검은 비만 내”릴지 모르는 세계를 걱정하는 노래다. 이 곡 클라이막스 “헬프미 세이브미(help me save me)”는 파괴당하는 지구에 절규하는 듯 하다. 검은 폭풍 같은 기타 사운드, 만인의 한숨처럼 조용하면서도 무거운 드럼 비트는 그 절규를 더욱 절실하게 들려준다.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반전음악이 또 하나 탄생했다!
“총을 버려라”는 “세상이 슬프다. 전쟁을 재워라”며 명확하게 전쟁에 반대하는 노래임을 표현한다. 노래 중간에 폭탄, 사이렌 소리와 함께 삽입된 조지 부시의 이라크 개전선언은 이라크 전쟁 반대 메시지를 전한다.
이 노래는 아이들의 “이뿐 눈에” 맺힌 비참한 눈물에 가슴 아파하는 구슬픈 음성으로 시작한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냐는 물음으로 시작해 전쟁의 분노를 표현하는 부분은 매우 강력한 사운드로 표현한다.
노래의 마지막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한다고 전한다. “세상이 원한다. 총을 내려라.”
이 음반의 제목은 공존(coexistence)이다. 제목처럼 이 음반은 사랑, 환경, 평화(반전) 등을 노래하고 있다. 모든 곡들이 실험적이면서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수의 깊으면서도 파워풀한 음성에 담긴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돈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암울한 세계에 살고 있다. “깃발 쥔” 자들에게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우리네 인생은 매우 괴롭다. 이 음악은 괴로운 우리에게 밤하늘 별빛처럼 희망과 즐거움 그리고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승영


영화

두 세계관의 충돌 콜래트럴

콜래트럴은 택시 기사 맥스(제이미 폭스 분)와 우연히 그의 택시에 타게 된 살인청부업자 빈센트(톰 크루즈 분)가 10시간 동안 겪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결론에서 맥스는 빈센트의 마지막 살인을 막고 희생자가 될 뻔한 여성을 구한다. 사실 이것은 매우 통속적인 줄거리다.
그러나 이 영화는 뻔한 줄거리 이상을 담고 있다. 맥스와 빈센트 사이의 관계는 보통의 액션 영화에서처럼 단순한 선악 대립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빈센트는 악당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소외를 가장 극단적으로 겪고 있는 사람에 가깝다.
그는 매우 염세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의 어떤 대상과도 인간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 맥스가 왜 살인청부업을 하느냐고 묻자 그는 “오늘도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르완다에서는 수천 명의 아이들이 굶어죽을 것이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한 명 죽인 게 대수인가?”라고 반문한다.
맥스는 이러한 생각에 격렬하게 반발한다. 콜래트럴의 가장 훌륭한 장면들은 빈센트의 절망적 세계관과 이에 굴복하지 않기 위한 맥스의 투쟁이다. 여기에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로스엔젤레스의 다양한 밤 풍경은 이 영화를 어둡지만 흥미로운 영화로 만들었다.


비디오

그녀가 만난 진정한 “몬스터”는 누구였을까 몬스터

영화 〈몬스터〉는 1989년부터 1990년 사이에 6명의 트럭 운전수들을 살해한 죄로 2002년 플로리다에서 사형 당한 미국 최초의 여성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그녀가 체포됐을 때 미국 언론들은 그녀를 ‘고속도로의 매춘부’, ‘죽음의 성녀’, ‘몬스터’라 부르며 열을 올렸다. 심지어 언론들은 그녀가 체포되기도 전에 그녀의 사건을 책과 영화로 만들기 위해 담당 경찰관과 협상을 할 정도였다.
감독 패티 젠킨스는 이 가공할 살인범의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러나 따뜻한 애정으로 우리에게 안내한다. 우리는 감독의 시선을 따라 주인공의 삶을 추적하며 깊은 공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그녀의 삶의 일부분만을 다루지만 이 사회의 잔인함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는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고속도로에서 매춘을 하며 삶을 연명하던 늙은 창녀 린은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 남은 5달러로 술을 사먹는다. 그리고 그 술집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소녀 셀비를 만난다. 13살 때부터 매춘을 하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천대받던 그녀는 셀비를 레즈비언이라 조롱하며 멀리하려 하지만 처음 타인에게 받아보는 애정에 그녀에게 다가간다.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려 나갔던 고속도로에서 그녀는 자신을 폭행하는 남성을 총으로 쏴죽이고 셀비와 함께 도주한다. 매춘을 접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 직업을 구하지만 학력도 경력도 아무것도 없는 그녀에게 누구도 기회를 주려 하지 않는다. 연인 ‘셀비’에게 자신은 원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큰소리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거리로 나가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과 남성에 대한 적개심으로 그녀는 매춘 남성을 살해하고 돈을 강탈한다. 자신의 비참함을 매춘 남성들에게 돌리며 살인을 정당화하지만 깊은 죄책감은 점점 그녀를 좀먹는다. 처음 만난 사랑을 잃지 않으려, 바닷가 해변에 별장을 짓고 셀비와 함께 사는 꿈을 이루려 안간힘 쓰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어떻든 나를 알아주고, 나를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마치 진흙 속에 묻힌 다이아몬드처럼 그들은 나를 데려갈 것이다. 나의 새로운 인생으로 그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가 특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그렇다. 긴긴 시간 나는 그렇게 믿었었다. 내가 만들어낸 생각은 그랬다. 행복한 상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상상들이 사라졌다. 바로 당신들을 만나면서부터.”
그녀를 변호했던 첫 번째 변호사는 경험이 전혀 없는 국선 변호사로 그녀의 첫 번째 살인이 정당방위였음을 끊임없이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죽은 남자가 과거에도 여러차례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기소됐었다는 사실은 재판 후에야 밝혀졌으며 그조차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연쇄살인을 인정한 것처럼 법정에서 증언해 그녀는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항소심은 더욱 가관이었다. 새로운 변호사는 마약 중독자로 그는 노골적으로 워노스가 처형되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만났던 진정한 ‘몬스터’는 누구였을까. ‘정의’를 외치며 이라크에서 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학살한자들, ‘평화’를 이야기하며 수백 명의 아이들이 있는 학교를 폭파한 자들이 지배하는 이 세계는 아니었을까.

조명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