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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법 개정하라

지 난 10월 21일 사학법인연합회는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각 학교들을 폐쇄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또한 11월 5일 또는 6일에 서울 여의도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반면, 전교조와 진보적 교육단체들은 10월 30일과 31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사학의 비중이 높다. 중학교의 22.9퍼센트, 고등학교의 45.1퍼센트, 전문대학의 90.5퍼센트, 대학교의 84.8퍼센트가 사립이다. 그 동안 정부가 직접 학교를 짓기보다는 사립학교의 설립을 유도하고 사립학교에 재정 지원을 통해 공교육을 담당하게 해 온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사학재단들은 교사․학부모․학생 들의 민주적 통제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한다. 이 때문에 사학재단들의 비리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 사립대학의 횡령 또는 부당한 운영으로 2003년에만 6백49억 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했으며, 최근 5년 간 총 2천억 원이 넘는 돈이 비리 사학재단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사학법인연합회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사학재단의 재산권과 운영권을 인정하지 않고, 사실상 학교를 빼앗는”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난리다. 한나라당도 “사적재산권에 제한을 가하려는 태도 등이 대표적인 좌파 정책의 예”라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맹비난하고 있다.

사유재산

그러나 우리 나라의 사립학교들은 국고보조금과 등록금에 70퍼센트 이상 의존하고 있으며, 사학법인이 내는 재단전입금은 중고등학교의 경우 2.2퍼센트, 대학교는 6.8퍼센트에 불과하다.
또한, 교육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에 법으로 정해진 재단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사립대가 40개에 이르며, 20여 개 대학은 최근 5~6년 동안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렇게 국고보조금과 등록금으로 유지하면서도 사학재단들은 교사나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립재단들은 “평준화 이후 정부가 사립대의 학생 선발권과 수업료 책정권을 빼앗아 갔기 때문에 사립대 재정이 정부 지원금에 많이 의존하게 된 것”이라는 엉뚱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설혹 사립재단들이 학교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하고 있더라도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할 수 없다. 사립재단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나라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육은 재단들 멋대로 운영돼야 할 것이고, 공공성은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또한 사학재단들은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 사립학교들이 건학 이념을 실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반발하는 핵심 이유는 개방형 이사제로 재단 이사의 3분의 1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뽑도록 하는 개정안 때문이다. 사학재단들은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빙자해 교원에게 경영권을 넘기려는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도 “전문 정치인이나 다름없는 운동가 세력이 학교를 장악하도록” 하는 안이라며 사립재단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더라도 이사 가운데 3분의 2는 여전히 재단에 가까운 사람들이 차지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학교 운영의 주도권을 놓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사학재단들은 이사회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이다.

누더기

게다가 열린우리당은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면서 “이사를 추천할 때 [사학]법인과 협의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두려 하고 있다. 만약 이런 안이 통과된다면 재단은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추천 이사를 거부할 수도 있어 실제로는 개방형 이사제를 무력화하는 조항이 될 것이다.
사실, 사립학교법 개정과 사학들의 건학이념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의 건학이념은 “진리․사랑․평화 등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개신교․불교 등의 종교단체들은 종교 교육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발한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를 위해 단식 중인 강의석 군이 다니는 대광고등학교처럼 학생들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교육은 당연히 중단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누더기가 됐다.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교사 임면권을 여전히 재단 이사회가 갖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선 재단에 수천만 원을 내야만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데도 열린우리당은 이를 시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열린우리당은 ‘계고기간 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사학재단들은 불법으로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15일 내에 이를 원상회복해 놓으면 처벌받지 않아 왔다. 도둑질한 것이 들통나도 15일 내에 다시 가져다 놓으면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비리를 저지른 사람도 5년이 지나면 다시 이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10년 간 복귀할 수 없도록 요구한 전교조의 안에서 후퇴한 안을 냈다.
지금까지 사학재단들은 ‘자율성’ 운운하며 독점적 권력을 행사해 왔고, 이 때문에 학생․학부모․교사 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 왔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우파들의 눈치를 보면서 개정안을 계속 후퇴시키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기대지 않고 싸울 때만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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