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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와 부자들만 배불릴 공무원연금 개악 규탄한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5월 29일 발표한 성명이다.

박근혜 정부와 여야가 5월 29일 새벽 기어이 사상 최악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통과시켰다.

인사혁신처 발표를 보면, 2006년 9급 입직한 공무원 노동자들의 경우 지금보다 기여금을 최대 21퍼센트 더 내고도 받는 돈은 21퍼센트나 줄어든다. 현재 가치로 무려 1억 2천7백만 원을 빼앗기는 셈이다. 같은 해 임용된 중등교사의 경우 1억 5천6백만 원을 뺏긴다. 말 그대로 집 한 채 값이다.

기여금 대비 연금 수급액을 뜻하는 수익비는 국민연금보다도 낮아진다. 이제 정부는 이를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개악하려 달려들 것이다.

또 매년 물가인상율만큼 인상하던 연금을 앞으로 5년 동안 동결해 연금의 실질가치를 크게 낮췄다. 이로 인한 누적적 효과가 30년 동안 37조 원이라 하니 그만큼을 추가로 삭감한 셈이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도 5년 늦춰 퇴직 후 수년간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입직 시기에 따라 개악 수준에 차이를 둬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모두에게 개악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재정 절감’을 위해 공무원연금을 삭감했다지만 이렇게 아낀 돈을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부자 감세로 줄어든 세수를 메꾸는 데 사용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빼앗아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퍼주는 꼴이다.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는 고작 다섯 달 동안만 운영하도록 했고 논의 결과를 강제할 규정도 없다. 지리멸렬하게 시간만 끌다가 먹튀하기 딱 좋은 모양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상향이 명기되기는커녕 그 “적정성과 타당성을 검증한다”고 정했다. 원점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퍼센트 운운은 공무원연금을 개악하기 위한 사기극이었던 것이다.

역겹게도 새누리당 김무성은 “공무원들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전원 합의해 준 데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 노동자들은 개악안에 합의해 준 바 없다. 개악안에 합의해 준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강력한 사퇴 요구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최악의 개악안을 통과시키고는 “사회적 합의”라며 정당화하고 있다. 문재인은 개악안 통과를 “우리 당이 이끌었다”며 좋아했다. 새정치연합은 개악안에 합의한 적이 없다는 공무원·교사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끝까지 외면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사회적 합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노동조합 지도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는, 양보 압력을 넣는 동시에 투쟁의 김을 빼는 구실을 했다. 대타협기구에 들어간 노조 지도자들은 새정치연합을 견제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새정치연합 들러리 구실이나 한 셈이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 역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대타협기구’의 재판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사회적 기구의 구성을 보면(여야 국회의원들과 여야 추천 인사, 관계 공무원, 가입자 대표 등) 총 20명 중 공적연금 강화를 올곧게 대변할 사람은 많아야 5명을 넘지 않을 듯하다. 게다가 최종 결정권은 사회적 기구가 아니라 양당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국회 특위에 있다. 이번 대타협기구처럼 노동조합을 들러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공적연금 강화는 필요하고 절실하다. 그러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에 대해 최근 기업주들과 청와대가 보인 반발을 보더라도, 기업과 정부가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재원을 내놓도록 강제하려면 강력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회 본회의가 열린 28일 저녁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교조 조합원들이 연금 개악에 반대하며 농성 및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진

한편, 공무원노조 이충재 집행부가 개악안에 합의하는 배신적 타협을 한 상황에서도 공무원노조 조합원들과 전교조, 민주노총이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2박3일 농성을 하는 등 끝까지 개악안에 맞서 싸운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공무원연금 개악이 모든 공무원 노동자들의 용인 하에 이뤄진 것이 결코 아니고 개악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이 없었다면 여야가 합의안을 치켜세우는 사기극을 벌이기가 더욱 쉬웠을 것이다. 또, 미끼에 불과한 ‘공적연금 강화’ 약속에 매달리면서 정작 공적연금의 일부인 공무원연금 개악을 용인한 개혁주의자들의 모순이 감춰질 수 있었을 것이다.

벌써부터 보수언론들은 이번 개악을 ‘맹탕 개혁’이라며 ‘5년 뒤 또 개악해야 한다’고 추가 공격을 주문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악에 맞서 끝까지 싸운 공무원 노동자들의 행동은 다음 번에는 더욱 효과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소중한 발판이 될 것이다.

2015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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