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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시리자를 둘러싼 논쟁:
시리자 정부의 패배는 좌파 전체의 패배를 뜻하는가?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큰 압력 속에 놓여 있다. 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67억 4천만 유로(약 8조 3천억 원)에 이른다. 트로이카(유럽연합집행위원회·유럽중앙은행·IMF로 최근에는 “관계 기관”이라고 불린다)는 그리스 전임 정부와 약속한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는 지급하지 않으면서 시리자 정부에게 고강도 긴축 계획을 제출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2월 20일 유럽 지배자들과 시리자 정부의 합의에 따라 연장된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이달 말로 종료된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일부 좌파는 시리자에 대한 비판을 일절 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리자의 패배는 전체 좌파들의 패배”이므로 “시리자가 개량주의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하기보다는 무비판적으로 시리자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밑바탕에는 ‘막강한’ 트로이카가 곧 시리자 정부를 제거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물론 혁명가들은 우파가 시리자 정부를 제거하려 할 때는 아무 조건 달지 말고 시리자 정부를 방어해야 한다. 그러나 시리자 정부를 방어할 때조차 비판을 삼갈 수 없다(‘무조건적이지만 비판적 지지’). 시리자의 거듭된 후퇴가 운동 동력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때 볼셰비키의 경험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볼셰비키는 영국·프랑스 제국주의와 지배계급에 타협하는 임시혁명정부를 비판하고, 러시아 혁명을 더욱 전진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1917년 8월(구력) 우익 장군 코르닐로프가 임시정부를 전복하려고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볼셰비키는 아무 조건 없이 임시정부를 방어한 바 있다.

충돌

게다가 현실을 냉정히 보면 시리자 정부가 곧 제거될 상황인 것은 아니다. 우선 시리자 정부를 대체할 우파들의 대안이 뚜렷하지 않다. 수십 년 동안 그리스 정치를 쥐락펴락한 중도우파 신민당은 선거 패배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강력한 대중운동에 막혀 파시즘이 조만간 권력을 잡을 만큼 성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시리자 정부도 유럽 지배자들과의 정면 충돌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때때로 유럽 지배자들의 신경을 긁는 말을 하지만 지난 네 달 동안 시리자 정부는 유럽 지배자들의 요구에 거듭 후퇴했다. 부채 일부 탕감 주장은 만기 연장 요구로 바뀌었고, 민영화 중지와 연금 삭감 반대 등 시리자 정부 자신이 설정한 금지선(레드라인)도 무너졌다.

그러므로 시리자 정부는 곧 무너지기보다는 유럽 지배자들의 압력에 순치되며 서서히 우경화해 끝내는 사회당(PASOK)과 비슷한 보통의 개혁주의 정부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즉, 그리스 상황은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고, 혁명적 좌파의 실천 방향도 장기적 관점 속에서 고민해야 한다.

그리스의 앞날을 전망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막대한 부채다. 그리스 정부는 7월에는 55억 7천만 유로, 8월에는 41억 8천만 유로, 9월에는 29억 4천만 유로를 갚아야 한다. 그 뒤로는 갚아야 할 빚이 비교적 적지만, 그리스 정부는 2050년이 지나서까지도 해마다 1백억 유로씩 갚아 나가야 한다.

이 상황에서 시리자 정부는 빚을 모두 갚겠다고 했다. 그리스 경제 전망이 어두운 지금, 부채 상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현실적 방안은 정부 지출 축소로 예산을 흑자로 만드는 것밖에 없다. 즉, 긴축의 지속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그리스가 한 번 더 구제금융을 받을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시리자의 정책으로는 그리스가 긴축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리스 노동자 운동이 시리자를 지지하는 것에서 멈추고 시리자 정부에 의존하면, 의미 있는 개혁을 이루지도 못하고 쉽사리 사기 저하돼 결정적인 순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혁명적 좌파는 시리자를 지지하는 노동자들과도 공동으로 투쟁을 벌이며 그 속에서 노동자들이 스스로 시리자 정부에 대한 환상을 깨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혁명적 좌파는 시리자 정부에 독립적이어야 하고, 시리자의 전략이 왜 실패하는 것이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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