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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운동 관련 재판:
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망버스 운동은 정당했다

지난 7월 9일에 한진중공업 4차 희망버스에 참여했다가 일반도로교통방해죄로 벌금형을 받아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연대 회원 이원웅 동지의 재판이 열렸다. 2010년 한진중공업은 불황을 핑계로 노동자들을 대규모 해고했다. 이에 맞서서 노동자들은 투쟁을 벌였고 이에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 연대 운동이 건설됐다.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 한 것은 완전히 부당한 처사였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경영난에 책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원웅 동지가 최후 진술에서 말했듯이, 한진중공업이 불황 운운하는 중에도 임원 봉급은 50퍼센트 인상되고 경영자들은 수백 억 원을 배당받았다. 경영난은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임금이 너무 많거나 노동자의 수가 과도하게 많아서가 아니라 회사가 해외 투자를 위해 무리하게 돈을 끌어 모으다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왜 회사의 적자에 일말의 책임도 없는 노동자들이 평생 직장으로 여기던 자신의 일터를 떠나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 점에서 이원웅 동지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과 그에 연대한 희망버스 운동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사실 검찰이 이원웅 동지를 일반도로교통방해죄로 기소한 것도 그가 실제로 도로교통에 방해가 되었다고 판단해서가 아니었다. 지난번 재판 때 검사 측에서 제시한 영상 증거에는 그가 등장하지도 않았다. 검찰은 운동의 정당성에 어떻게든 흠집을 내고, 참가자들을 위축시키려고 벌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원웅 동지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해고 문제가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 것도 인상 깊었다. 이원웅 동지가 본인 아버지의 사례를 들며 말했듯이 평범한 사람들 모두에게 해고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큰 상처가 되는 경험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청년과 정규직 노동자를 이간질시켜 가면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더 밀어붙이려고 한다. 여기에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도 포함돼 있다. 경영상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도 부당한데 이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시켜도 문제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스물 여덟 명이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보고도 해고를 기업 마음대로 하게 만들겠다는 것은 이 정부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만을 보호하기 급급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원웅 동지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 투쟁이 평범한 사람들 삶을 지키는 정당한 투쟁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한 것은 매우 옳았고,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탄압이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점을 지적한 것도 통쾌했다.

이원웅 동지의 진술에 허를 찔린 판사는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방청 참가자들의 박수에 “재판에서 박수치는 거 아니”라며 공연히 화를 내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집회·시위의 자유를 탄압하는 검찰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원웅 동지는 법정에서 당당하게 집회·시위의 자유를 주장하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 투쟁의 정당성을 방어했다. 이 재판에 많은 지지와 관심을 보내 주기 바란다.

이원웅 동지의 최후 진술

“나에게 정리해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검찰은 교통을 방해했다는 죄로 저를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퍼레이드, 마라톤, 축제도 교통을 마비시키지만 거기에 참여한다고 다 죄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그리고 저처럼 시위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에게는 교통을 방해한 죄가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제출된 증거를 보면 검찰은 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통을 마비시켰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증거로 제출된 영상에는 제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물론 큰 집회를 했으니 도로가 좀 막히긴 했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미루어 볼 때 결국 검찰이 문제 삼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인 것입니다. 심지어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를 문제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 역사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운 것은 바로 교통을 마비시킨 대규모 시위들입니다. 87년의 민주화 항쟁이나 독재자였던 노태우나 전두환을 구속시킨 시위 모두 참가자들이 도로로 나와 교통을 마비시켰습니다. 교통을 방해하는 대규모 시위는 평범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한가지 수단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보십시오. 이 분들이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지 않았다면 반쪽짜리 특별법이라도 통과됐을까요? 정부가 보여 준 무능이 이렇게 널리 알려질 수 있었을까요?

제가 참가했고,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이 시위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서 시작됐습니다. 경영이 어렵다면서 노동자들을 해고했는데, 임원 봉급은 50퍼센트 인상되고 경영자들은 수백 억 원을 배당받았습니다. 회사가 적자였다고 하는데 해고된 노동자들은 적자에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오히려 회사가 해외투자를 위해 무리하게 돈을 끌어 모으다 적자가 났습니다. 이자만 수천 억 원으로 불어났으니 적자가 안 나는 게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정리해고는 결국 엉뚱한 사람에게 경영난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던지 〈조선일보〉 같은 보수언론조차 당시 사측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부당할 뿐 아니라 끔찍한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힘들게 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 적어도 내 자식들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조차 사라질 때,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순간순간의 생존에만 급급해야 할 때 엄습하는 절망이 삶을 망가뜨립니다.

절망

2009년에 쌍용자동차에서도 정리해고가 있었습니다. 제가 문제의 시위에 참여했을 당시 그 분들 중 열다섯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스물여덟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전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저도 울산에 중공업에 종사하시던 아버지가 있습니다. 희망퇴직 대상에서 벗어나려고 주말도 없이 야근을 하시다 몸져 눕곤 하셨습니다. 그러다 결국 일자리를 잃으셨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망가질 대로 망가지셨습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언제나 어머니와 단둘이 걱정스럽게 아버지의 건강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따라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문제는 결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저와 그 밖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그 시위는 노동자들에 대한 고통 전가를 바로잡고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정당하고 정의로운 시위였습니다. 마땅히 자유를 보장해야 할 시위였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교통을 방해했다는 핑계로 저에게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으려고 합니다. 저에 대해서만이 아닙니다. 세월호 유족들의 항의에 함께했던 사람들은 물론, 많은 시위 참가자들이 교통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기소 당하고 벌금을 내거나 저처럼 법정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민주적 권리 침해입니다.

법원이 정의를 위한 기관이라면 일반교통방해를 빙자한 집회·시위의 자유 탄압에 제동을 걸고 민주적 권리 탄압에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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