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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이주노동자 농성 지지 방문 참가기:
학생과 이주노동자들이 어우러져 연대의 힘을 확인한 시간

지난 8월 5일 수요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과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농성 투쟁 중인 이주노동자들을 방문했다. 지난 6월 25일 대법원의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이 있었지만, 고용노동부는 “정치 운동을 목적”으로 한 노조 활동이 문제라며 이주노조 설립 필증 교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 날은 이주노동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숙 농성한 지 10일째 되는 날이었다. 농성장 지지 방문에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들과 이주노조의 온전한 합법화 요구에 지지를 보내는 학생들 20여 명이 참가했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은 준비해 간 수박화채를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먹으며 간담회를 갖고 많은 학생들에게 받은 지지 메시지도 전달했다. 더운 날씨였지만 열심히 준비해간 율동과 발언으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뜨겁게 연대하며 수요일 집중 집회에도 참가했다.

간담회에서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6월 25일 판결 당시 지금처럼 농성에 들어갈지는 몰랐다”며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10년만에 쟁취한 합법화 판결과 그 직후 고용노동부의 노조 설립 필증 교부 거부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심경,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처지와 고용허가제·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의 문제점, 노동조합 조직 문제 등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비롯해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질문했다.

우리는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은 ‘대법원의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은 2004년 명동성당 농성 투쟁부터 10년 가까이 싸워온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인데, 고용노동부가 불과 며칠 만에 노조 설립 필증 교부를 거부하며 자신들을 다시 탄압하고 있다’며 매우 분노스럽다고 했다.

또,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와 퇴직금 출국 후 수령제도가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더욱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곳곳에서 저임금, 저질 일자리에서 일한다. 노동의 대가는 정말이지 형편없고, 사업장 이동, 월급, 병원비 문제는 일상다반사라고 한다. 가령 한 이주노동자는 허리를 다쳐 일을 쉬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사업주가 병원비는 물론 다쳐서 일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임금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자들의 권리를 방어하고 투쟁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노동자라면 응당 결사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정치 운동” 운운하며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주노조 설립 필증 교부를 거부하며 이주노조의 ‘고용허가제 폐지, 단속·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합법화’ 규약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이 규약을 없애라고 하는 것은 이주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과 고용허가제는 이주노조의 기본적인 활동들을 제약한다. 실제로 미등록 신분이었던 이주노조의 역대 위원장과 간부들은 표적 단속 대상이 되어 한국에서 추방되기도 했다. ‘노예 노동’ 강요와 ‘인간 사냥’을 반대하지 않으면서 이주노동자 권리를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주노조가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위해 ‘고용허가제 폐지, 단속·추방 중단,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규약에 넣은 것은 매우 정당하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너무나도 열악한 곳에서 일을 하며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 고용노동부의 부당한 규약 수정 요구에 맞서 단호히 농성 투쟁을 유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지지한다. 아래는 농성장 지지 방문을 함께한 학생들의 참가기이다.

“가장 궂은 일을 해온 이주노동자들은 누가 뭐래도 한국의 노동자”

이지원(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고등학교 시절 《완득이》라는 소설을 아주 인상 깊게 읽었다. 이주노동자 어머니를 둔 완득이의 삶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들이 교회와 센터를 통해 교류하는 장면에서 막연하게 ‘왜 이 사람들은 노동조합이 없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 〈노동자 연대〉 신문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처절한 삶과 그들의 단호한 투쟁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그런 그들의 투쟁에 미약하나마 지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인상 깊었다.

또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던 그들에 눈에서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자본의 필요에 따라 한국에 들어와 가장 궂은 일은 하는 그들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의 노동자다. 특히 우다야 라이 위원장 동지가 가장 깨부수고 싶은 편견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온 주제에 뭘 더 바라냐’라는 걸 꼽았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단지 피부색이 까맣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하층 노동자라는 굴레까지 덧씌워져 있는 그들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딱 걸맞는 서울지방고용청과 박근혜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처지 개선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뙤약볕 아래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주노조 즉각 인정과 이주노동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염도 막을 수 없었던 연대의 힘”

김지혜(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불볕더위가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올해 여름, 자그마한 그늘에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소망을 가진 노동자들을 만나고 왔다. 권익 향상과 노조 설립 보장을 위해 10년째 투쟁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다. 대법원이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음에도 고용노동부가 노조 설립 필증을 내주지 않고 있어, 노동자들이 농성에 돌입한 상태이다.

어릴 적, 늦은 밤에 수없이 울리던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가 기억났다. 아버지 회사에서 온 전화였는데, 어눌한 발음으로 더듬더듬 한국말을 내뱉던 이주노동자였다. 아버지께 기계 작동 방법을 물어보려고 걸려온 전화였다. 당시는 이 늦은 시간에 집전화로 걸려온 전화가 반갑지 않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응대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아버지는 이미 퇴근해 집에서 쉬고 있는 시간에도 계속해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주노동자들의 불합리한 노동조건이 문제였던 것이었다. 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아버지가 ‘젊은 애들이 기숙사에만 있다’고 했던 말이 얼핏 떠올랐다.

허리가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노동자, 회사를 선택할 자유조차 없는 노동자, 낮은 임금을 감수하면서 퇴직금조차 제대로 받기 힘든 노동자,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투쟁함에도 멸시받을 수밖에 없는 노동자…. 이주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의 경험담을 쏟아낼 때 ‘대학생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농성장에서 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으로는 좀처럼 더위가 가시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집중 집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연대하기 위해 함께 있던 동지들과 손을 잡으면서 이 투쟁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살을 부대껴도 ‘불쾌지수’라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연대’의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들의 10년 투쟁은 끈덕지게 잡고 있었던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함께 있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도 끈질기게 정부의 야만적 행위를 폭로할 것이다.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정부 자신이 이주노동자들을 들여오면서도 통제와 억압,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정부의 모순을 폭로할 것이다. 또한 동정이 아닌, 노동자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계속해서 연대와 지지의 목소리를 보낼 것이다.

“투쟁에는 국적이 따로 없다는 걸 느꼈다”

오제하(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다른 일이 있어 늦게 합류한 나는 이주노조 동지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문화제를 함께하며 느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왜소한 체구의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을 포함해 이주노조 동지들과 함께 자리를 깔고 문화제를 하며 투쟁에는 국적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자본과 국가의 착취, 탄압을 누구보다도 지긋지긋하게 겪어야 하는 처지에 있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과 함께 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 회원으로서 열악한 투쟁을 하는 동지들과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었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들과 함께 ‘새물’ 노래에 맞춰 춤을 췄는데, 아주 더운 날이라 땀이 많이 났지만 무료하게 앉아 있는 것보다 나은 것 같았다. 이주노조 동지들의 공연도 보고 문화제를 함께 즐겼는데, 이주노조 동지들뿐만 우리에게도 힘이 된 것 같다.

“비인간적 행태를 개선하려면 이주노조가 꼭 필요하다”

김해연(한국외대 학생)

이주노조 동지들과 같이 화채도 만들어 먹고 커리, 난도 먹으면서 연대했다. 간담회에서 이주노조 동지들이 실제로 겪은 일과 우리가 궁금해 했던 것에 대한 답변을 들었는데, 이를 통해 그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비인간적 행태를 개선하려면 반드시 이주노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날씨가 굉장히 더워서 힘이 들기도 했지만 폭염이 이어지는 이때에 고용노동청 앞에서 10일째 그리고 37일째 농성 중인 이주노조 동지들과 레이테크 여성 노동자 동지들을 보며 ‘이까짓 더위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을 기다렸던 이주노조 합법화를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가로막는다는 것이 굉장히 분노스러웠고 어서 빨리 이주노조가 인정돼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이 향상됐으면 좋겠다. 나아가 이주노동자와 내국 노동자의 권리가 함께 신장됐으면 좋겠다.

“노동조합은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

조건희(연세대 학생)

이주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책으로만 접했던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잘 알 수 있었다.

불법인 사람들에게 웬 노조냐, 쫓아내야 될 사람들 아니냐? 우리 나라 법은 이주노동자를 불법체류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유독 가혹하다. 출입국관리법, 고용보장법이란 두 법을 만들어놓고, 두 법을 관리하는 주체가 다르다. 한 이주노동자는 부당해고를 당해서 노동부에 진정을 넣어서, 부당해고란 판결을 받았더니, 그 사이에 출입국관리국에 등록이 지워져서 불법체류자가 되었다고 한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이들에게, 유독 법은 엄격하다. 불법이라는 얘기를 하기 전에, 이들을 ‘불’법이라는 프레임에 가둬버리는 체계를 먼저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는 너희 나라 가서 해.’ 각 나라의 문화를 존중해 주지 않는 한국기업들. 이슬람교도라니까, 바로 튀어나오는 말, ‘너 테러범이니?’ 책에서만 보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문제들을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분들에게 들으니까 느낌이 달랐다. 이분들 개개인은 약한 존재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말도 어눌하고, 외국인 노동자라는 프레임에 편견이 덧붙여지는 게 아직은 우리 나라이니까. 그러면 이분들이 최소한, 이분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부당함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첫걸음이 노조란 생각이 든다.

정치적 목적이 담긴 노조는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 노조가 정치적이면 안 되는 건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도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외국인노동자 노조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왜 문제라고 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많은 편견들을 어떻게 없애고, 어떻게 이들과 같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좀 더 고민해야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