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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사회주의와 인간본성

다음은 내가 최근 한 동아리 모임에서 ‘사회주의와 인간본성’을 주제로 발표한 내용을 <노동자 연대>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어 기고한 것이다.

전 본능은 믿지만 본성은 믿지 않습니다. 본성이라는 단어는 특정사회를 옹호하는 자들이 그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당위적인 것으로 포장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자본제 사회에서는 “이기심”을,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폭력성”을, 봉건제 사회에서는 “노예의식”을 인간의 본성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본성은 특정 사회마다 달라질 수 있는 변덕스러운 것이고 따라서 본질적으로 본성은 어느 시대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인데도 우리처럼 이기심을 인간의 본성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심지어 이기심이 인간본성이라고 믿는 현 체제의 옹호자들조차 누구에게는 이기적이지 않고 이타적일 것 입니다. 결국 이기심, 이타심, 폭력성, 노예의식 같은 것들은 만고불변의 것이 아닌 각자의 인간이 주체적으로 그때그때 선택 가능한 가치들입니다.

그렇다면 본능은 무엇일까요? 본능은 사회 주류 이데올로기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가치중립적인 인간의 속성들이라고 봅니다. 웃김,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들과 성욕, 수면욕, 식욕과 같은 보편적인 생물학적 욕구들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본능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속성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사회는 모든 인간 객체들의 이러한 속성들을 보장해 주는 사회여야 합니다. 모든 인간 객체들에게 이러한 속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말은 사회 내의 어떤 인간들에게는 더 보장되고 어떤 인간들에게는 덜 보장돼서는 안 된다는 인간 객체 사이의 “평등함”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모든 인간들이 평등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사회의 법이나 제도, 규율, 가치가 최소한 형식적 평등함을 보장해 줘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한국이라는 이 사회도 헌법만 제대로 지켜도 지금보다 훨씬 살 만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 집권당 새누리당은 이 헌법조차도 무시하며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사회가 사회와 법보다 자본의 힘이 센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인간보다 중요한 이 물신주의 사회에서는 애초의 자유주의자들이 의도했던 바와 달리 각자의 이윤 추구가 사회 보편적 이익, 즉 공익에 기여하지 않습니다. 누구는 더 잘살고 누구는 더 못살게 됩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로는 한 세대 내에서의 계급이 다음 세대로 세습돼 누구는 가난하게 살 바탕을, 누구는 부자로 살 바탕을 갖고 태어난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돈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인간과 사회를 통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세습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제가 보기에 부의 세습은 인간 본성을 가로막는 현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공산제 사회에서는 제도적으로 모든 것이 공공재이기 때문에 누군가 무엇을 세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회주의

여태까지 인간본성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주로 이야기 했습니다. 이제 사회주의와 인간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사실 별 이야기를 할 게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면 인간본성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초장에서 했었으니까요. 현 체제의 옹호자들은 “사회주의 사회는 인간본성에 부합하지 않아 듣기에는 좋아도 실현할 수는 없는 빛 좋은 개살구다. 그러니 괜히 투쟁해서 에너지 소모하지 말고 현 체제에 잘 순응하며 살아라. 그것이 공익을 위한 일이다”라는 말을 흔히 합니다. 이 말에 내포된 뜻은, 첫째 현 체제보다 사회주의 체제가 이상적이라는 점을 그들도 인정한다는 점, 둘째로 인간본성을 규정한다는 점, 셋째로 현 상황이 공익을 위한다고 본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현 체제보다 더 좋은 체제가 있다면 그 체제로 바꾸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죠? 그들은 그 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수많은 사람이 죽고 비인간적인 또 비평화적인 혼란이 거듭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그러한 옹호자들이 없었다면, 또 가진 것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이 없다면 충돌이 벌어질 일이 없고 유혈사태가 벌어질 일도 없습니다.

둘째로 인간본성을 규정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들은 인간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사회주의 사회가 실현될 수 없다고 하는데 말했다시피 고정적인 본성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본성은 각기 다르게 발휘되며 인간의 이타적인 면이 있음에도 현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듯이 인간의 이기적인 면이 있더라도 사회주의 체제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 체제라고 해서 이기성을 부정하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자본주의 체제가 돈을 위해 살자 하듯이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인간을 위해 살자고 하겠지요. 더불어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될 것입니다.

셋째로 공익을 무엇으로 보냐 하는 점입니다. 물론 혁명적 과도기의 상황에는 갈등이 전면화 되며 극단적으로는 인명피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그러한 희생이 미래사회를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며 평생 억압받는 계급으로 노예처럼 살다가 자신의 힘을 발견하고 주체적으로 투쟁하다 죽는 것은 그 사람에게 불행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사회가 변하는 과도기적 상황을 공익에 반하는 소모적 상황이라고 본다면 그들은 봉건제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온 프랑스 대혁명을, 곧 자본주의 사회를 이룩한 그 혁명 또한 싫어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현 체제에서 이익을 얻는 기득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옹호자들의 그러한 말은 비 논리적이고 진실로 사회주의체제를 이상적이라고 본다면 사회주의를 지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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