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부산대학교 한 교수가 총장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대학 본관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정부와 교육부는 국립대에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요해 왔다. 투신한 고현철 교수(국문과)는 유언장에서 정부와 부산대 본부가 추진하는 대로 총장직선제가 폐지된다면 학내 민주주의가 억압되고 대학의 자율성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의 말대로 총장직선제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학 구성원들이 싸워 얻어낸 민주적 권리이다. 비록 총장직선제가 교수들에게만 투표권을 주고, 다른 모든 학내구성원들에게 투표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장직선제를 없애는 것은 대학 내에서 조금이나마 허용된 민주주의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고 교수의 말처럼, 총장직선제를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다.
부산대 총장은 총장간선제를 폐지하고 직선제를 지키겠다고 공약했지만, 약속을 어기고 교육부에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교육부의 지침대로 행동했다.
정부 역시 고 교수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정부는 2010년부터 ‘국립대 선진화 방안’이라는 국립대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집요하게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교육부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임명해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총장직선제를 고수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볼모로 삼아 간선제를 받아들이도록 협박하기도 했다.
얼마 전 박근혜는 대국민 담화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악뿐 아니라 대학의 “구조개혁”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지명한 자가 총장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자명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총장직선제 폐지 문제는 단순히 교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8월 17일 밤 부산대 총장은 고 교수의 죽음에 책임을 지겠다며 교수들과 학생들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사퇴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대 본부는 교수들과 학생들 앞에서 밝힌 것처럼 8월 25일 교무회의 통과를 예고하고 있는 총장간선제 안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번 사건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문제였다’고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지금껏 학생들에 대한 지원금을 볼모로 온갖 협박을 해 왔으면서 이런 거짓말을 하다니 정말 뻔뻔하다.
고 교수님을 추모하며, 노동자연대 부산대모임은 다른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총장직선제 폐지를 막고 국립대 구조조정에 맞서 싸울 것이다. 또한, 고인이 염원했던 대로 대학 민주주의를 지키고 더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