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민변 변호사들의 정당한 활동에 벌금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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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쌍용차 대한문 앞 집회에 참가했다가 검찰에 기소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변호사 4인에 대한 선고가 있었다.
이 변호사들은 2013년 7월 25일 경찰이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철거한 뒤 화단을 설치하고 병력을 배치한 일 등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장소로 신고한 곳에까지 경찰 병력을 배치한 것에 정당하게 항의한 일을 두고 검찰은 지난해에 이 변호사들을 공무집행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이덕우, 김유정 변호사에게는 벌금 2백만 원, 송영섭, 김태욱 변호사에게는 벌금 1백5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지만 경찰을 붙잡은 행위는 체포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같은 날, 쌍용차 집회 건으로 기소된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도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모욕죄가 인정돼 벌금 3백만 원을 받았다.
검찰의 주장과는 달리 두 재판부는 경찰의 질서유지선 배치를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집회의 자유 보장과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경찰의 집회 방해 행위에 항의한 것은 체포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경찰이 위법한 행위를 하더라도 조용히 있으라는 것”이다(권영국 변호사).
재판 받은 변호사들은 쌍용차 해고자 투쟁 등 여러 노동자 투쟁을 변호하고, 집회 시위와 관련한 민주적 권리를 방어하는 데에 앞장서 왔다. 대규모 연행이 발생하면 무료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위원장 권영국)를 구성해 진실 규명에 힘을 보탰다. 민변이 변호를 맡은 간첩 사건에서 잇달아 무죄 판결이 나온 것도 박근혜 정부의 심기를 거슬렀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집요하게 민변을 표적 수사하고 공격해 왔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은 민변 소속 변호사 7명(권영국, 김유정, 김태욱, 송영섭, 이덕우, 장경욱, 김인숙)을 징계해 달라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신청했다. 장경욱·김인숙 변호사가 간첩 혐의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조언한 것이 변호사법 ‘품위유지 의무·진실 의무’ 조항 위반이라는 억지 이유에서였다. 다행히도 올해 1월 대한변협은 두 변호사에 대한 징계 신청을 기각했지만, 권영국 변호사를 포함한 5인에 대해서는 “형사 판결 확정 전까지 시효 중단”된 상황이다. 이번 판결 이후 징계 절차가 개시될 수 있는 것이다.
선고 후, 송영섭 변호사는 벌금형에 대해서 “(항소해) 정당성을 인정받겠다"고 했다. 노동운동과 민주적 권리를 방어하려 한 이 변호사들의 행동은 정당했다. 이들에 대한 법적 제재와 징계를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