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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발표:
교육 불평등 심화시킬 대학 구조조정 중단하라

다음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9월 1일에 발표한 성명이다.

8월 31일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부터 학령인구 감소 추이에 따라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총 16만 명 감축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모든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 최우수(A등급)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대학에서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하위 대학과 최하위 대학(D·E등급)은 신입생의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다. 최하위 대학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완전히 제한되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강력한 제재 조처다. 이번 대학 평가로 전문대와 일반대를 포함해 대학 37곳이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다.

〈한겨레〉 같은 자유주의 언론도 대학 정원을 조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학령 인구 감소가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대학들이 학생들의 비싼 등록금에 의존해 온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정부가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사립대에 떠넘기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가는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완전히 방기한 것이다. 심지어 강원대 같은 국립대가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됐다. 고등교육 재정 지원이 OECD 평균에 비해 턱없이 적은 현실을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청주대, 상지대와 수원대처럼 비리 재단 문제로 교육부가 재단을 제재할 책임이 있는 대학들도 포함됐다. 만약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김희정 법)이 통과된다면 이런 비리 사학들은 대학을 정리하면서 잔여재산을 ‘먹튀’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교육 불평등과 계급 불평등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등을 기준으로 한 일률적 평가는 지방대와 영세한 대학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대학에 노동계급 배경의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이 다닌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학생들이 대학에 많이 다니는 게 낭비라며 대학 수를 줄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평가로 대학 운영에 아무 책임도 없는 평범한 학생들이 당장 학자금 대출을 못 받아 고통 받게 생겼다. 퇴출 예정 대학을 다닌다는 수치심과 모욕감은 물론이고 말이다. 이는 노동계급이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양적 지표만 아니라 질적 내용도 평가했다”지만 교육의 질을 따지는 지표 중 하나인 전임교원 확보율은 비정규직 교수를 채용해도 늘릴 수 있으며, 그마저도 전체 대학의 평균만 확보해도 만점을 줬다. 게다가 이번 평가에는 수업과 성적관리의 엄정성, 직원 평가제도 등 학생·교수·교직원들의 경쟁을 강화시킬 지표도 포함됐다. 앞으로 남은 평가 기간 동안 대학 구성원들 더욱 팍팍한 경쟁에 시달릴 것이다.

황우여는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은 쪽나무로 만든 물통” 같아서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큰 틀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통해 저질 일자리를 양산하고 그 자리를 청년들에게 강요하기 위해 대학 진학률을 줄이고, 산업 수요에 맞게 교육을 재편하려는 계획의 일환이다. 그래서 하위권 대학을 퇴출시키는 동시에 ‘특성화’ 사업을 통해 나머지 대학들은 더 기업의 수요에 종속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는 청년 실업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고 대학 교육을 더 편협하게 만드는 것이다. 청년 실업의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는 정부와 대기업에게 있지, 고등교육을 받아서 좀더 나은 조건의 직장을 얻으려는 청년들에게 있지 않다.

따라서 교육 공공성을 파괴하고, 비리재단은 ‘먹튀’ 할 수 있게 하고, 대학 구성원들에겐 고통만 줄 대학 구조조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오히려 정부가 사립대에 대한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서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고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부실한 사학재단은 국공립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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