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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병원 공동 투쟁: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면 박근혜는 더 큰 개악을 요구할 것”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개악에 맞서 병원 노동자들도 투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 보건의료노조와 의료연대본부 소속 국립대 병원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는 1차 ‘정상화’ 방안을 이행하지 않은 기관 13곳을 발표하고 상반기 내에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임금 동결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 13개 기관 중 11곳이 국립대 병원이었다. 정부는 특히 퇴직수당 등을 문제 삼았는데, 국립대 병원 노동자들의 퇴직수당은 국립대 병원이 법인화하면서 도입된 제도다. 노동자들이 더는 공무원이 아니게 됨에 따라 공무원연금 같은 노후대책이 사라졌고 이를 보완하고자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를 ‘특혜’라며 없애라고 지시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노동자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하향평준화 논리를 들이대며 공무원연금을 대폭 삭감했다.

공공의료 서비스 확대는커녕 병원 노동자만 공격하는 박근혜에 맞서다 9월 11일 국립대 병원 노조 공동결의대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대 병원 노동자들이 이런 부당한 조처에 항의하자 각 병원 측은 정부 눈치를 보면서 퇴직수당을 없애는 대신 이를 임금으로 보전하겠다며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려 했다. 이는 공공기관 경영진이 정부의 압력과 노동자들의 저항 사이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방식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이런 ‘꼼수’를 허용하지 않겠다며 만족할 만한 재정 절감 효과가 나지 않으면 다시 ‘정상화’ 미이행 기관으로 지정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이 어느 한쪽을 양보하면 다른 쪽에서 이익을 지킬 수 있다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주장이 설 자리가 없어졌음을 보여 주는 많은 사례 중 하나다.

공공의료 서비스

박근혜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립대 병원 등 공공기관 전체에 임금피크제 실시를 강행하려 한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가 공동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국립대 병원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는 지극히 미미하고,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이직률을 낮추고, 근속년수를 높이기 위해 인력을 확충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실제로,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국립대 병원 노동자들의 정년 퇴직 비율은 매우 낮다. 게다가 메르스 사태가 보여 준 것처럼 ‘보호자 없는 병원’ 등 필수 공공의료 서비스 확대는 시급한 과제다. 그렇게만 해도 10만 개 가까운 일자리가 생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조처는 나 몰라라 하고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할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 노조 활동가가 지적하듯이 “임금피크제를 수용하면 박근혜는 성과연봉제 도입, 통상임금 삭감 등 추가 개악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당장은 아니어도 임금피크제는 결국 노동자 모두의 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노동조건이 열악한데도 병원 노동자들의 근속연수가 늘어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0년 8.2년이던 병원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2014년에는 9년으로 길어졌다. 간호사의 경우 같은 기간에 6.4년에서 7.5년으로 늘어났다. 이는 장차 더 많은 노동자들이 임금피크제로 인한 소득 손실의 위험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저항은 정당하다. 이런 저항은 이제 민주노총과 함께하는 파업으로 그 힘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