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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를 보여 준 조선업 노동자들의 2차 공동 파업:
투쟁을 지속하고 확대해야 한다

조선업종노조연대(이하 조선노연)가 9월 9일과 17일 두 차례 공동 파업을 벌였다. 17일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한진중공업 등의 조선 노동자 2천여 명이 울산에 모여 집회를 열고 가두 행진을 했다.

비가 많이 왔지만 많은 노동자들이 모였고 시종 힘차고 진지하게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는 지배자들의 고통 전가에 맞서 “다 함께 투쟁하자”는 단결의 분위기가 뚜렷했다.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 말라 9월 17일 조선노연 2차 공동 파업. ⓒ김지태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중소 조선소에 대한 정부 지원, 산재 근절, 사내하청 노동자 고용 해결 등을 요구했다.

특히 노사정위 야합을 규탄하고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았다. 조선노연 공동의장인 현대중공업 노조 정병모 위원장은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맞서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노동자들은 “노사정 합의안을 폐기하라” 하고 외쳤다.

이런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에 보수언론은 “경제 위기에 웬 파업이냐”고 비난한다. 2차 공동 파업 당일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더니 또다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조선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인상, 고용 불안, 잦은 산재 등에 시달렸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쥐어짠 주요 조선소들은 수조 원이나 이익을 봤다.

올해 주요 조선소들은 경영이 어렵다며 임금 동결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조선소들의 적자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임금 인상 여력은 충분하다. 예컨대 현대중공업의 매도 가능한 금융자산만 4조 5천2백26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저들은 손실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고만 한다.

더욱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임금을 깎고 해고를 더 쉽게 하려는 사측에게 날개를 달아 줄 것이다.

정부와 사측의 고통 전가에 맞선 조선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

그런데 이날 예정돼 있던 조선·자동차 노동자 공동결의대회는 무산됐다. 현대차지부가 날씨가 궂다며 갑자기 취소했기 때문이다. 정부 공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일이었다. 현대차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기대했던 노동자들의 실망이 컸다. 연단에서도 집회 취소를 비판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투쟁에 동참시켜야

지금 조선소들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여당까지 나서서 조선 노동자 투쟁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그럴 것이다.

따라서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 2차 공동 파업은 노동자들의 투지와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계획한 투쟁들을 다했으니 이제 더 해야죠. 임금 동결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사측은 공사 기간을 못 맞춰 더 큰 손실을 볼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사측에게는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3조 원이 넘는 적자 속에서도 사내하청 노동자를 4천 명이나 늘렸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더 강력하게 파업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 현대중공업 등에서 파업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사측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사측의 부담감을 보여 준다.

파업의 힘을 확실히 키우려면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 요구를 내걸고 노동자들을 투쟁에 동참시켜야 한다. 원하청 연대는 지배자들과 보수 언론의 “귀족노조” 비난에 효과적으로 맞서는 길이기도 하다.

또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맞서 민주노총이 계획한 9월 23일 총파업에 조선 노동자들이 함께 참가해 투쟁을 더 확대한다면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막는 것뿐 아니라 조선 노동자들의 요구를 성취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