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육대학생연합 동맹휴업:
“교육재정 확충하고 시간제가 아닌 정규 교사를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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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하 교대련) 소속의 초등예비교사 2만여 명이 동시다발 동맹휴업을 벌이고 수도권·충청권·경상권·전라권·제주의 5개 권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교육재정을 점점 더 줄이기 위해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을 즉각 폐지하라며, 더 나은 일자리와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시간제 교사가 아니라 정규 교원을 증원하라고 요구했다.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은 지난 5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재정 감축 계획이다. 이 계획의 골자는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지방교육청들한테 떠넘기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며, 교원 증원을 축소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교대련은 동맹휴업 투쟁을 벌여 교육부가 추진한 시간제 일자리 도입을 1년 유보시킨 바 있다. 그런데 올해 교육부는 지난해의 약속을 어기고 다시 공격을 밀어붙였다. 내년도 임용 교원 정원을 2천여 명 이상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간제 교사는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교대련 학생들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
수도권에서는 경인교대, 춘천교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에서 온 학생 2천여 명은 독립문에서 서울역 광장까지 행진했다. 땡볕이 내리쬐는 와중에도 학생들은 활기찬 분위기 속에, 때로는 분노한 목소리로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를 하는 동안 교대련 대표단은 교육부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인교대 김정현 부총학생회장이 연단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지난 7월 박근혜 정부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대책’을 발표해서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향후 2년 동안의 명예퇴직을 확대해 교원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일시적인 효과만 낼 뿐입니다. 우리는 미래의 TO(정원)를 끌어와서 일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교육 현장을 망가뜨릴 시간제 일자리를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상위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만약 정부가 정말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교사 정원 자체를 안정적으로 늘리고 공약부터 지켜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 발언자가 연단에 오르자 등장부터 커다란 호응이 나왔다. 전교조에서 활동하는 교사 노동자의 발언이었다. 그는 “유독 떨리고 설렌다”며 운을 뗐다.
“저는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그런데 겨울이 되면 손이 시리고 여름에는 교실이 찜통입니다. 한 학생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우리 나라는 갈수록 선진국이 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학교만 오면 점점 더 가난해지는 것 같아요.’ 이미 공교육에 이토록 돈을 아끼는데, 교육재정을 더 아끼겠다며 정규 교사가 아니라 시간제를 뽑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교사 노동자는 같은 시각 여의도에서 열리고 있던 대학 교수들의 집회에도 지지를 보내자고 호소했다. 그리고 9월 19일 전교조 집회에 교대련 집행부가 참가하기로 한 데에 감사를 표했다.
정부가 ‘청년들의 미래’를 운운하면서 노동자와 청년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기 때문에, 현직 교사 노동자들과 예비 교사들의 연대는 고무적인 일이었다.
한편 서울교대 총학생회는 교대련 소속 중에 유일하게 동맹휴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동맹휴업 찬반 투표의 투표함을 열지 않은 채 불참을 선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무적이게도 총학생회의 부당한 행위를 비판하고 집회에 참가한 서울교대 학생들이 있었다. 사회자가 이 학생들을 소개하자, 다른 학교 학생들이 따뜻하게 환대했다.
자유 발언에서 투쟁 결의를 다지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중앙 정부가 누리과정을 지방 교육청에 떠넘겼고, 부족한 재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메우라는 무책임한 말이나 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를 규탄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육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삶을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교육은 시간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선택해서 가르치라는 시간제 교사제 확대는 정부의 ‘고용률 날조’일 뿐”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교대련 각 단위의 대표자들은 결의문을 낭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예비교사들이다.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책임이 있는 하나의 교육 주체들로서 더 이상은 공교육을 무너뜨리는 이러한 시도들을 두고 볼 수 없다. 돈의 논리를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정책들을 중단하라!”
정부가 ‘국내 경기가 어렵고 세수가 적다’는 이유로 교육재정을 줄이겠다는 것은 경제 위기의 책임을 지지 않고 예비 교사들의 미래와 평범한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앗아가겠다는 말에 불과하다.
교육재정을 줄일 게 아니라, 부자에게 증세하고 내국세의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높여서 공교육과 교원 임용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려면 교대련의 투쟁은 더 넓은 대학생들의 운동, 나아가 전교조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만날 필요가 있다.
공공성 강화와 질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며 싸우는 교대련의 투쟁은 다른 청년과 학생들에게도 보여주는 바가 있다. 교대련 동맹휴업에 대한 교육부의 답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교대련의 투쟁이 끝까지 유지되고 강화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