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시도:
항의 운동을 기층으로 확대하고, 연대를 폭넓게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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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박근혜 정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노조 지부 사무실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행정자치부는 10월 8일까지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강제 폐쇄하겠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민주적 토론을 통해 결정한 노동조합 규약을 트집 잡아 ‘법외노조’로 만들더니 이제 ‘법외노조의 사무실 사용은 불법’이라며 또다시 탄압에 나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악 직후 인천 남동구가 시작한 사무실 폐쇄 공격을 전국으로 확대하려 한다. ‘공무원 노동조건과 공공성 사수 네트워크(이하 사수넷)’를 비롯해 공무원노조 활동가들은 이 공격이 머지 않아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성과급제 확대, 퇴출제 실시, 임금피크제 도입 등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공격을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사혁신처는 10월 1일 공무원 퇴출제를 위한 적격심사, 성과 평가 가이드라인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성과상여금 균등 분배’를 직권남용, 직무태만 등과 함께 ‘성실의무 위반’ 비위 유형으로 분류해 중징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시행규칙 제정을 입법예고 했다.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시도는 이런 박근혜의 공격에 맞선 노동조합의 저항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박근혜는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공무원 노동자들은 배신적 타협을 한 이충재 전 위원장을 불신임하고 저항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충재는 그 뒤에도 노조 분리 책동을 벌이며 정부의 공무원노조 공격에 편승해 세를 불리려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 9월 19일에는 조합원 3천여 명이 정부의 추가 공격 시도에 맞서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투쟁 태세를 갖춰 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처럼 다시 일어서고 있는 공무원 노동자들을 무릎 꿇리려고 사무실 폐쇄 지침을 내린 것이다.
한편,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시도는 9월 23일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 직후 벌어진 공격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에 맞선 전체 노동운동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가 신속하게 규탄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이 산하 조직들과 함께 적극 연대해 맞서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 공격에 맞서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공무원노조와 지역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연대해 항의 행동을 시작했다. 10월 5일 행자부가 충북도청에서 각 시군 과장들이 참석하는 노조 사무실 폐쇄 지침 관련 회의를 소집했지만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조합원들의 항의 행동으로 무산됐다. ‘전교조·공무원노조 탄압 반대 충북공대위’도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지침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런 경험을 전국으로 알리고, 지부별 투쟁뿐 아니라 민주노총과 함께 전국적으로 힘을 모아 내는 항의 행동을 본격화해야 한다. 또한, 공무원연금 삭감에 이어 성과급제 확대·퇴출제 실시 반대 등 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후퇴에 맞선 요구를 사무실 폐쇄 시도 규탄과 결합시켜 현장 조합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기층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이번 탄압 시도에 신속하게 규탄 성명을 낸 ‘사수넷’뿐 아니라, 공무원노조 내 투사들은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시도에 맞서 항의운동을 기층으로 확대하고 폭넓은 연대가 구축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