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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 후보의 용기 있는 커밍아웃을 지지한다

11월 5일 서울대 제58대 총학생회장 후보 김보미 씨가 선거운동본부 공동정책 간담회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 했다. “대학 생활 4년 동안, 인간 김보미는 기정사실처럼 이성애자가 되었”다는 김보미 후보의 말에서 커밍아웃을 결정하기까지 겪었을 괴로움과 고민을 느낄 수 있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우익들의 혐오와 차가운 시선이 많은 사회에서 결코 쉽지 않았을 결정을 한 김보미 후보의 용기에 진심으로 지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난해 영화배우 엘렌 페이지는 “숨는 것에 지쳤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거짓말을 하는 것에도 지쳤다”며 커밍아웃 했다. 김보미 후보도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저는 완전히 ‘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저는 제 얼굴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라며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보미 후보는 자신의 대학 생활의 “반 정도”만이 진실이었다고 말했다. 이성애자인 척하면서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동성 파트너를 이성으로 꾸며대야 하는 ‘이중생활’은 하루하루 성소수자들의 자아를 갉아먹으며 지치게 만든다. 성소수자들은 가장 친밀한 사람도 나에 대해 “반 정도”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고립감, 보이지 않는 재갈을 문 듯한 일상적 고통에 시달린다.

우익들은 틈만 나면 성소수자들에게 벽장 속으로 들어가라고 윽박지른다. 최근 KBS 이사 조우석은 노동운동과 연대해 온 성소수자 활동가들을 “더러운 좌파”라며 비난했다. 공개적인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가 우익들의 공격 표적이 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우파들에 의해 성소수자 동아리의 대자보가 찢기고 무지개 현수막이 도난당하는 일도 많다. 몇몇 대학에선 학교 당국이 성소수자 인권 영화 상영을 불허하기도 했다.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사랑일 뿐이고 동성애자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따라서 동성애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우익들은 이성애만이 ‘정상적’ 성애라고 강변하지만 역사적으로 ‘정상적’ 성애는 결코 고정불변하지 않았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시기 동안 동성애는 결코 비정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에선 남성 간 동성애는 “천상의 사랑”으로 추앙됐다.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천일야화》의 수많은 얘기들은 당시 동성 간 사랑이 평범하게 받아들여졌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들어서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이성애 부부로 이루어진 ‘정상가족’만이 올바른 것으로 취급됐다. 자본가 계급은 이성애 부부로 이뤄진 가족을 통해 그들이 착취하는 노동자들과 차세대 노동자들을 거의 공짜로 재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가족제도는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런 가족제도의 틀에 부합하지 않는 성소수자들은 온갖 법·제도적 불이익을 겪고 “변태”로 취급됐다. 그러나 오히려 억지스럽고 부자연스러운 것은 인간의 다양한 성애를 억압하는 자본주의 체제다. 성소수자 억압에 맞선 투쟁이었던 ‘스톤월 항쟁’의 구호처럼 “병든 것은 내가 아니라 나보고 병들었다고 하는 사회다.”

너무나 많은 성소수자들이 과거의 김보미 후보처럼 완전히 ‘제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김보미 후보의 용기 있는 커밍아웃은 숨죽여 지내는 성소수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혐오 세력에 맞서 싸우는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자긍심을 더했을 것이다.

김보미 후보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겪어서는 안 된다. 김보미 후보가 말했듯이 “‘정상성’이라는 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 차이를 관용하는 것을 넘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계를 쟁취하기 위해 함께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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