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세종호텔:
정규직 축소와 외주화 시도 중단하라

11월 4일 세종호텔 사측이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사측은 “현재 회사의 영업은 3년째 적자로 이어지고 있어 손익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흑자 전환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근속 5년 이상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말에도 사측은 ‘계장급 이상’ 노동자 3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받은 바 있다. 말이 ‘권고’이지, 당시 관리자들은 해당 노동자들을 거의 매일 불러서 협박하고 회유했다. 특히, 내년 연봉제 계약에서 임금이 대폭 깎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사측은 근속년수가 긴 고임금 노동자들을 내쫓아 비용을 절감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희망퇴직은 인력 감축뿐 아니라, 룸어텐던트[객실 청소]·주차·시설관리 등 일부 업무를 외주화하는 계획과 관련 있어 보인다. 최근 친사측 성향의 세종연합노조는 세종호텔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로 보낸 공문에서 ‘사측이 객실 정비 업무의 일부를 아웃소싱으로 전환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즉, 정규직을 줄이고, 그 자리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우려는 것이다.

'경영 악화'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 말라 7월 2일 세종호텔 규탄 기자회견. ⓒ조승진

지난 2년 동안(2012~14년) 서울에서만 호텔이 60개 늘었다. 사측은 이런 경쟁 심화와 그에 따른 수익 하락의 책임을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 특히, 사측은 세종호텔에서 정규직 비중이 높은 것이 못마땅할 것이다.

1997년 IMF 위기를 기점으로 호텔업에서 주차, 안내, 청소(공공지역, 외부지역, 주차장), 세탁, 보안경비, 룸어텐던트 직종 외주화가 광범하게 진행됐다. 정규직으로 십수 년을 일한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용역회사의 직원이 됐다. 이후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노동조건도 악화됐다. 2000년대 초 롯데호텔, 르네상스호텔 등에서 외주화 된 룸어텐던트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투쟁에 나서면서 이런 현실이 폭로된 바 있다.

그런데 세종호텔에서는 세종호텔노조가 이사진의 경영권 다툼 상황을 활용해 투쟁해 온 덕분에 외주화나 노동조건 하락을 상당히 막을 수 있었다. 세종호텔노조는 2007년 교섭에서 비정규직 5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그 뒤로는 ‘계약직 1년 근무 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단협(2015년 폐지됨)과 고용안정협약(2014년 만료)을 맺었다.

그러나 비리로 물러났던 주명건이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한 2009년 이후, 사측은 계속 반격 기회를 노렸다.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해 친사측 노조(현재 다수 노조인 세종연합노조)를 세우고 세종호텔노조를 탄압했다. 또, 친사측 성향 노조와 함께 비정규직 정규직화 단협을 폐지하고, 연봉제를 부활시키는 등 노동조건을 후퇴시켰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외주화를 밀어붙이려 한다.

지난달 말 새로 대표이사가 된 오세인은 이런 소임을 맡으며 등장했다. 세종호텔은 “호텔산업의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 오 신임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오세인은 주명건의 충실한 심복으로 친사측 노조 설립과 세종호텔노조 탄압에 앞장선 인물이다. 그는 ‘룸어텐던트, 주차, 세탁 같은 곳에 왜 정규직이 필요하냐’고 말한 적도 있다.

부메랑

지금 당장은 노동자들이 반발할 듯하니, 전면적 아웃소싱이 아니라, 외주화 인력을 차츰 늘려 가는 방식을 택한 것 같다. 예컨대 룸어텐던트 업무에서 일부 층은 외주 인력이, 일부 층은 기존 정규직들이 담당하는 식으로 말이다. 또 일부 업무를 외주화를 하는 대신 인원을 늘려 업무 강도를 줄여 주겠다고 사탕발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호텔의 사례를 보면 이렇게 야금야금 진행된 외주화는 결국 전체 업무 외주화로 이어졌다. 희망퇴직 등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속 압박하고, 정년 퇴직한 노동자들의 빈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윤에 눈먼 사측은 한쪽 팔을 얻으면 그 다음엔 몸통 전체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또, 같은 업무에서 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노동조건도 하락 압박을 받는다. 사측은 지금도 룸어텐던트 업무에서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촉탁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정규직들에게 ‘임금을 많이 받는 대신 더 많은 방을 청소해야 한다’며 과도한 업무 할당을 정당화하고 있다. 결국 외주화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공격이 될 것이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정규직 인원을 충원해야 한다.

세종호텔노조는 희망퇴직과 같은 사측의 정규직 축소와 외주화 시도에 반대 입장을 내고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