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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와 무슬림을 테러리스트로 몰지 말라

박근혜 정부는 파리 테러 이후에 한국의 이주노동자와 무슬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으며 탄압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악랄하게도 이주민을 속죄양 삼아 만든 공포 분위기를 이용해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할 테러방지법 등을 밀어붙이며 국가의 억압 기구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무슬림인 이주노동자들을 표적 삼아 공격하고 있다. 경찰은 “테러단체 동조 혐의자”라며 한 인도네시아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검거했고, 이 이주노동자의 SNS 친구가 1백26명에 달한다며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정원은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했던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가 출국한 뒤 아이시스에 가입했고, 이후 사망했다며 불안감을 부추겼다.

동아일보는 방글라데시 테러단체 연계 혐의자가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해 반 정부 활동을 벌이다가 지난해 2월에 강제 출국됐다며 반정부 시위 참가까지 테러 활동의 일부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 기관들이 발표하고, 보수 언론들이 호들갑스럽게 보도하는 사례들은 대체로 근거가 매우 불충분하고, 아니면 말고식 추측성 내용이 대부분이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인도 테러리스트라는 근거는 SNS에 올린 사진과 집에서 압수한 BB탄 총과 칼 등에 불과하다. 실제로 테러를 계획하고 준비한 정황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의혹 만으로 구속 수사를 벌이고, 언론을 통해 사건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출국 후에 아이시스에 가입했다는 사람의 경우도, 설사 그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가 한국에 있었을 때도 테러리스트였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사실 지난 십 수년 간 정부는 테러가 문제가 될 때마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무슬림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는 공격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이는 결국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 일수였다.

예를 들어 2004년에는 국정원과 법무부가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라는 ‘반한’(反韓) 활동을 하는 ‘이슬람’ 단체를 ‘적발’했다며 주도자 3인을 추방했다. 당시 보수 언론들은 이 단체가 테러를 지원했을 수 있다며 한껏 분위기를 몰아 갔다. 그러나 결국 이 단체의 ‘반한’ 활동이나 테러 증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정부와 언론들의 이런 행태는 전형적으로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고 확대하는 행위다. 이는 인종차별 확산과 무슬림인 난민과 이주노동자들의 처지 악화를 수반하는 위험한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정부의 이런 여론몰이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적 단속을 정당화하는 논리로도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제 친구가 단속 과정에서 2층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쳤어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이 친구가 테러리스트라고 이야기 했어요. 그들은 자기들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2년이 다 돼 가도록 증거는 주지 않았어요. 그 친구와 함께 테러리스트라며 단속을 당한 두 친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기들 마음대로인 것이에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눌렀다고, 사진 찍었다고 테러 단체랑 연계 있다고 꾸미고 있는 겁니다.”

난민 처지 악화

이미 정부는 시리아 난민들을 테러 위험과 연계시키고 있다.

국정원은 11월 18일에 테러관련 동향보고에서 올해 “시리아 난민 2백 명이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다”고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이런 내용을 앞다퉈 보도하며 시리아 난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보는 편견을 강화하며 난민 혐오와 테러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겼다.

그러나 시리아 난민들은 전쟁과 아이시스의 폭력을 피해 피난처를 찾아온 사람들이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국정원의 시리아 난민 표적 삼기는 시리아 난민들의 처지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지금도 정부는 시리아 난민들을 매우 인색하게 다뤄 왔다. 1994~2015년 5월 31일까지 시리아 난민 신청자 713명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단 3명으로 인정률이 0.42퍼센트에 불과하다.(공익법센터 어필, 김세진 변호사) 심지어 최근에 시리아인들은 시리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개별적인 난민 지위 심사조차 하지 않고 ‘인도적 체류’ 지위만 부여하고 있다. ‘인도적 체류’ 지위는 오로지 체류와 취업만 허용될 뿐 난민에게 필요한 일체의 지원이 제공되지 않고, 언제든 체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지위다.

한국 정부는 시리아 난민뿐 아니라 모든 나라의 난민들, 특히 난민 지위를 아직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난민신청자들에게 매우 가혹하다.

올해 3월 한국에 난민신청을 한 18세 모로코 청년이 난민신청이 불허돼 강제 추방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그와 같은 시기 함께 구금돼 있었던 한 외국인은 “그는 억지로 끌려가던 중 죽음을 맞이했다”고 증언해 이 죽음에 출입국관리소측의 물리력 행사 의혹이 일고 있다.

올해 들어 난민 불인정 처분 건수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월 평균 65건이 이루어지던 불인정 처분이 2015년에는 월 평균 2백13건으로 3백30퍼센트나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난민이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도 난민 신청자가 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난민 인정에 더 인색한 것이다. 난민 지원 단체들은 정부가 ‘신속한 심사’를 이유로 절차가 생략되거나 제대로 된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공격

정부가 파리 테러 이후 취하고 있는 일련의 공격적 조처들은 무슬림과 이주노동자 전체에 대한 감시와 통제, 차별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11월 14일 법무부는 특별 대책을 발표했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외국인 밀집거주지역 등에 대한 순찰 강화,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파악” 대책들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권한 강화, 출입국 규제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출입국관리법 개악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조처들이 테러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는 것으로는 결코 테러를 막을 수 없다.

왜냐면 테러를 낳은 원인이 이주민들에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이 테러 대상국이 될 위험을 낳은 것은 정부가 위선적인 서방 제국주의 전쟁에 동참하고 이를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치인들이 파병법 통과를 추진하는 행위야말로 진정으로 테러 위협을 높이는 일이다.

반면, 정부의 이주민 공격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느끼는 단속·추방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질 것이다. 이미 단속이 두려워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주민들도 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인종차별적 선동은 이주민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부추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지하철에서, 택시에서, 길거리에서 테러리스트로 의심받으며 곱지 못한 시선과 비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주노동자, 난민, 무슬림들에 대한 속죄양 삼기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몰아가기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게다가 정부는 이주민들을 테러리스트로 몰며 사회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통해 내국인들의 시민적 권리도 더욱 위축시키려고 한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테러의 기준은 매우 자의적인데, 이미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은 11월 14일 총궐기를 “공권력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하며 강경한 탄압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탄압을 강화해 노동 개악을 밀어붙이고, 경제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벌어질 노동자 투쟁을 위축시키려 한다.

정부가 이주민과 내국인 사이에 부추기는 이간질이 먹힐수록 노동계급이 단결할 수 있는 힘은 더 약화될 것이다.

이런 공격에 맞서 이주민과 무슬림에 대한 마녀사냥에 반대하고, 국가의 억압기구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맞서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의 운동 진영은 이주노동자 마녀사냥에 대한 항의를 확대해야 한다.

진정으로 테러를 막으려면 테러를 낳은 근원인 제국주의 국가들의 중동 전쟁과 한국의 전쟁 지원과 파병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후에도 계속된 서방의 공습으로 1백만 명이 넘는 중동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10여년 전부터 반전운동이 경고했듯 이런 학살이 테러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이주민을 마녀사냥할 것이 아니라 전쟁 지원과 파병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