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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으로 KT단협에 도입되지 못한 정리해고 조항

KT노조 정윤모 집행부가 단체협약에 정리해고 조항을 도입하려던 시도를 철회했다.

정윤모 집행부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서 더 나아가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정리해고를 용인하는 단협 조항을 신설하려 했다. 이는 사측에 무제한의 해고 권한을 쥐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KT민주동지회는 해당 조항의 철회를 요구하며 즉각 항의에 돌입했다. 20여 일을 넘게 각 지사별 출근 홍보전, 팻말 시위 등을 벌이고,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진행했다.

11월 20일 서울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KT민주동지회 노동자들이 20여 일간의 농성을 정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출처 KT민주동지회
정리해고 조항 도입을 막아 낸 KT민주동지회. ⓒ출처 KT민주동지회

결국 단체협약에 해당 조항을 도입하려던 시도는 좌절됐다. KT민주동지회가 조직한 신속한 항의행동을 계기로 각종 언론이 ‘노조 집행부가 앞장서 정리해고를 수용하려 한다’고 보도하는 등 논란이 일자, 회사와 정윤모 집행부는 큰 부담을 느낀 듯하다.

KT민주동지회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부득이한 사유’를 정리해고의 요건으로 포함시키는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 이하로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단체협약은 위법임을 주지시키고, 연이은 직권조인으로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까지 판결 받은 정윤모 집행부가 또다시 이런 위법적인 행위를 할 경우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항의행동과 법률적 압박을 통해 결국 정리해고 조항 철회라는 통쾌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정윤모 집행부는 지금이라도 정리해고 단협 조항을 신설하려던 시도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한편,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은 총 65만 원이 정액 인상됐다(평균 1퍼센트 수준의 인상률). 전 산업 평균 협약인상률인 5퍼센트는 물론, 공무원 임금 인상률 3.8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꾀죄죄한 수준이다. 조합원들은 허탈해 하며 정윤모 집행부에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들어 황창규 회장은 3분기까지 연봉으로 10억 8천만 원을 받아 갔다. 지난해 받은 5억 7천만 원의 갑절이다. 이 중 성과급만 6억 5천만 원인데, 취임 후 실적이라고는 직원 8천여 명을 해고한 것밖에 없다. 이런 자가 성과급을 수억 원 챙기는 동안,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일군 KT 노동자들은 고작 1년에 65만 원 임금 인상이라니! 너무나 극명한 대조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KT 노사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의 위선적인 포장지로 활용하는 ‘청년희망펀드’에 적극 동참한다는 합의서도 발표했다. 직원들은 ‘회장이 정권 코드 맞추기를 위해 직원들을 삥 뜯겠다는 것 아니냐’ 하고 분노했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임단협 합의안은 11월 19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가결됐다. 하지만 참관인도 없이 진행된 찬반투표가 조합원들의 실제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2013년 임단협 찬반투표에서 KT 광양지사의 한 조합원이 회사 측의 선거 개입을 폭로하며 자결한 사례도 있을 만큼 부정이 많기 때문이다.

KT 사측과 정윤모 집행부가 ‘정리해고’ 조항을 단협에 넣어 구조조정 수단으로 삼으려던 시도는 일단 좌절됐지만, 이대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정부의 ‘쉬운 해고’ 도입 등 노동 개악 정책이 성공적으로 관철된다면 KT 사측은 늘 그랬듯 누구보다 앞장서 개악된 정책과 어용 집행부를 활용해 구조조정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따라서 KT 노동자들은 회사와 노조 집행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KT민주동지회는 이번 승리를 계기로 구조조정에 맞서 조합원의 고용과 권익을 지켜 내는 투쟁을 더 강력하게 건설해 나가기로 했다. 물론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투쟁에도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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