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현대차 촉탁계약직 해고자가 말한다:
기간제 늘리며 “고용 안정” 운운은 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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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박근혜가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제법이 “고용 안정을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박근혜가 실제로 기간제로 일하다 잘려 나간 사람들의 말을 들어나 봤는지 모르겠다.
박근혜는 대국민담화에서 기간제법을 뒤로 미루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노동개악이 진행되면 기간제법도 다시 추진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현대차에서 일하던 기간제(촉탁계약직) 노동자였다. 그러다 일한 지 2년이 되던 지난해 1월에 해고됐다. 지금은 촉탁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에서 기간제 노동자들은 2년이 지나면 무조건 잘린다. 최근 현대차 사측은 법원에 낸 자료에서 이렇게 말했다. “촉탁계약직 근로자에 대해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측은 중노위에서 “불법 파견 때문에 촉탁계약직은 어쩔 수 없이 뽑았다”고 변명했다. 이에 나는 “불법 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애초에 정규직으로 전부 전환시켰으면 비정규직은 없어졌을 것이고 촉탁계약직도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사측은 지노위에서 내게 “당신이 정규직이 되면 지금까지 잘린 사람들과 일하는 사람들을 전부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사측은 기간제 노동자들에게 사직서도 강요했는데, 이것은 부당 해고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종종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린다. 나와 같이 일하던 형님들은 해고된 뒤에 더 힘들고 통제도 심한 곳에서 일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8시간을 일하던 현대차에서 주야로 10시간씩 일하는 곳으로 가게 되면 너무 힘들어진다. 임금도 더 적어서 생계를 위해 자기 애장품을 팔아 가면서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걸 못 견디고 다시 실업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해고된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용해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을 감수하도록 압박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현대차 같은 대기업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박근혜 정부는 바로 잡지 않고 있다. 현대차에서 잘려 나가는 기간제 노동자들도 청년들이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위선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간제법이 통과돼 고용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더라도 이런 상황이 바뀔 리가 없다. 기간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현대차 촉탁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
박근혜는 대국민담화에서 기간제법을 뒤로 미루겠다고 했지만, 파견법 개악이 먼저 관철돼도 문제다. 제조업 파견이 합법화되면, 지금의 직영 계약직이 파견 계약직으로 바뀌고 임금과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한국GM에는 단기 파견 계약직이 수백 명 고용 돼 있다. 파견법과 기간제법 개악은 연관돼 있다.
정부는 기업주들이 더 해고하기 쉬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 싼 값에 더 쉽게 쓸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은 투쟁해 왔다. 하지만 최근 파업 일정을 질질 끄는 모습은 아쉽다. 민주노총이 더 적극 투쟁에 나서야 한다.
금속노조도 더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해 8월 현대차 전주 공장에서는 기간제 해고자 17명이 금속노조 전북지부에 가입 문의를 했다. 그러자 전북지부는 ‘현대차지부에 가보라’고 했고, 현대차지부는 민주노총에 문의가 필요하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지금까지 답변이 없다.
나는 혼자 싸우는데도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전주 공장에서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싸우겠다고 나서고 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와 현대차지부도 이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 당선한 현대차지부 박유기 지부장은 “촉탁계약직 노동자들을 현대자동차 지부 조합원의 자격을 부여하고, 현대자동차 단체협약에 의해 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박유기 블로그 2013년 5월 28일자 글)
노동조합이라면 마땅히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이끌고 나서야 한다. 전주의 해고자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라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조에 다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촉탁계약직 노동자들도 투쟁에 동참하길 바란다. 내가 사측이 1인 시위 팻말을 부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유인물을 반포했을 때, 많은 촉탁계약직 노동자들이 이를 관심 있게 봤다. 나는 이런 일이 더 확대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우리의 싸움은 계속 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과 청년·학생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