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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위선적인 박근혜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

나는 보건소 모자 보건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다. 산모들에게 임신·출산 관련 정부 지원 정책을 설명하고 신청을 돕고 있다. 생계가 빠듯해 절박한 마음으로 보건소를 찾은 산모들인 만큼, 하나라도 더 지원받게 해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정부 지원 사업을 찾아보곤 한다. 하지만 매번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박근혜 정부의 모자 보건 사업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산모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산후도우미 지원’과 ‘기저귀 지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청자의 극히 일부만 지원받을 수 있다.

산후도우미 지원 사업은 건강 관리 전문사를 파견해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관리해 주는 사업이다. 상당수 산모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원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출산시에 받는 해산 급여와 중복 지원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 산모들이 산후 도우미 지원을 신청했다가 곧바로 취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해산 급여를 신청해야 생계비가 지원되기 때문이다. 또, 일부 특수한 사례(쌍둥이나 장애아 출산 등)를 제외하면, 월 평균소득 65퍼센트 이하인 경우에만 산후도우미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신청도 못하고 돌아가는 산모도 많다.

지난해 12월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하는 모자보건법이 통과됐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 법안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는 “산후조리원업에 공공이 개입할 수 없다”, “무분별한 무상 지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시행령으로 지자체의 무상 산후조리원 증설을 엄격히 제한하려 한다.

기저귀 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만 1세 미만 영아 가정의 기저귀·조제분유 구입비는 월 평균 20만 8천 원이다. 이는 월 소득 1백~2백만 원 수준의 저소득층 가정에게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애초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출산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었다. 그러나 재작년에는 예산 전체가 삭감돼 아예 시행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에서야 겨우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그나마도 지원 대상과 지원 금액이 줄어, 현재 중위소득의 40퍼센트 이하 저소득층 가구에만 1년(영아 12개월 이하) 동안 매달 3만 2천 원을 지원할 뿐이다(조제분유는 기저귀 지원 대상자 중에서 산모의 질병 또는 사망으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경우에만 지원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산후 도우미를 신청한 산모 10명 중 8명은 기저귀 비용 지원을 받지 못한다.

보건소에서 일하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셋째 아이를 가졌다며 출산장려금을 묻는 산모들을 가끔 만나는데, 예산 문제로 출산장려금 지원이 불가능해졌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정말 개탄스러웠다. 한 번은 세쌍둥이를 임신한 산모가 출산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권유로 출산을 포기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이럴 경우 국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보건소 간호사로서 나는 그 산모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문제라며 출산을 장려한다는 정부가 임신한 여성에게 지원해 주는 것은 고작 철분제와 일부 산전 검사 같은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 외의 지원은 산후조리·기저귀 지원과 마찬가지로 소득 수준에 따라 소수만 지원받을 수 있다. 이것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의 본모습이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 사업 예산을 두 배 늘려 2백억 원으로 확대한다고 엄청나게 광고하고 있다. 그동안 기저귀 비용으로 월 3만 2천 원을 지원받던 일부 저소득층 가구가 올해부터는 6만 4천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만 따져 보자.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9조 1천3백 억 원을 무기 구입에 사용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진정한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 준다. 정부의 미친 우선순위는 당장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무기 구입에 사용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노동계급 가정이 돈 걱정 없이 안전하게 출산하고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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