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당 (PT) 의 정치적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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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브라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국내 언론들은 집권 노동자당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선거 결과는 PT의 정치적 패배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물론 2000년 지방선거 때 5천5백여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백87곳에서 승리한 PT가 이번 선거에서는 4백11곳에서 승리하며 기반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96개 도시에서 PT는 패배했다. 26개 주
특히, 인구 1천1백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상파울루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의 수준을 넘어 중앙 정치가 대결하는 성격을 띤 곳이었는데, 여기서 PT 후보는 사회민주당
사회민주당의 후보 주제 세하는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현 대통령 룰라에게 패배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PT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세하와 겨룬 결선투표를 앞두고 PT 후보는 부패한 우파 정치인이자 전 상파울루 시장 출신의 파울루 말루프와 동맹을 맺기까지 했는데도 패배하고 말았다.
세계사회포럼
PT는 인구 약 6백만 명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패배했다. PT 후보는 1차투표에서 겨우 6퍼센트 득표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PT의 선거 운동은 “정치적 마케팅 활동 같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탈정치화했다.
주요 도시들에서 이렇게 PT 후보들이 패배한 것은 룰라 정부가 대중의 기대를 저버린 것 때문에 일부 대중이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음을 보여 준다.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연구자 제임스 페트라스 교수는 PT가 우파와 동맹하는 것에 반대한 당내 좌파를 쫓아내고, 국제통화기금
그래서 오랫동안 새로운 라틴아메리카 지역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는 핵심 대안 세력이던 PT가 이제 라틴아메리카의 대미 의존을 심화시키는 미 제국주의의 하위 제휴자로 변질됐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2003년 1월 룰라 정부가 출범하자 수많은 빈농들이 토지 분배를 기대했다. 룰라 정부는 토지 개혁으로 4년 동안 1백만 가구에 토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토지를 분배받은 가구는 11만 5천 가구도 채 안 된다. 이조차도 몰수된 토지가 아니라 정부가 매입한 토지였다.
또, 룰라 정부의 경제정책들은 전임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주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이어받은 것이다. 룰라 정부는 사회복지 투자보다 국내의 부자들이나 다국적 은행들, 국제 금융기구들에게 부채를 상환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이런 룰라 정부의 정책들에 맞선 사회적 투쟁들이 벌어졌다. 지난해 2월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
노동자들의 투쟁 가운데서는 특히 공공부문과 은행 노동자들의 투쟁이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7월 룰라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파업과 시위를 벌였다. 연방 법무부 소속 공무원 노동자들은 90일 동안 파업을 벌이며 영웅적으로 싸우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 은행 노동자들이 25퍼센트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구조조정 때문에 지난 10년 사이에 은행 노동자들의 수는 거의 50퍼센트 감소했고, 임금은 계속 동결됐다.
브라질 노총
그러나 이제 기층 노동자들 사이의 분위기는 1년 전과 사뭇 다르다.
올해 초 사회주의해방당
사회주의해방당은 내년 1월 5차 세계사회포럼이 열릴 때에 맞춰 전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 포르투 알레그레 세계사회포럼은 PT와는 다른 브라질의 새로운 좌파 세력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