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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엔 - 국내외 자본 모두에 저항해야

대안연대의 일부 학자들은 외국자본의 재벌 인수합병 시도에 대응해, ‘재벌-사회 대타협’으로 대기업 소유권을 방어하자고 주장한다.
“외국자본이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재벌과 연합하자”는 진보성향 학자들의 주장은 얄궂게도 신자유주의 세력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는 아예 재벌 규제 장치를 완전히 없애자고 나섰다.
외자에 맞서 “재벌체제의 장점을 인정하자”(정승일)는 주장은 경제위기의 원인이 금융 세계화 때문이라는 잘못된 이론에서 비롯한다.
이들에 따르면, IMF 위기는 구조적 위기가 아닌 금융 자유화에서 기인했다.
이들은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금융 세계화 정책으로 시장이 외국자본의 손에 들어갔고, 이 때문에 투자와 성장 가능성이 억압당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금융시장을 적절히 통제하면 시장의 안정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암묵적으로 산업자본은 건전한 반면, 금융자본은 투기적이고 기생적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1997년 위기는 이전 10년 간 지속된 제조업 부문의 이윤율 저하에서 비롯한 자본축적 구조의 모순이 반영된 것이었다. 특히 1996년 제조업 부문의 이윤율은 6.7퍼센트로 지난 30년 간 최저수준이었다.
그러므로 실물경제의 위기를 무시한 채 금융 세계화만을 위기의 원인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금융 세계화나 투기화를 통제하라는 요구의 올바름과 별개로,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위기의 원인은 체제 자체의 작동 방식에 있다.
금융 위기론자들은 기업의 투자가 저조한 원인으로 외자 지배력이 큰 은행들이 대출을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체 여유 자본을 확보한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시장의 전망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국내자본과 합심하자는 주장은 현실성도 없다. 국내자본 스스로 외자가 선보인 “선진 경영기법”을 모방해 횡포를 답습하기 시작했다.
이미 우리금융지주는 외국 투기자본이 즐겨 쓰는 유상감자를 시도했다. 게다가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한 사모펀드법의 시행령이 준비 중인데, 앞으로는 국내형 투기펀드의 횡포에 따른 폐해가 늘어갈 것이다.
노동자들은 외자든 국내자본이든 착취 강화를 통해 이윤을 회복하려는 시도에 똑같이 맞서 싸워야 한다.
노동자에게 희생을 요구하며 재벌을 대안으로 삼는 것은 투기자본 반대운동의 대안이 아니다.
외국자본의 횡포에 규제를 요구하고, 이를 답습하려는 국내자본의 시도에도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