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체제를 끝장내야 전쟁을 없앨 수 있다는 주장의 현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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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정치 토론을 자주 나누는 편이다. 얼마 전에도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물어보셔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아시아에서 점증하는 제국주의 갈등 문제까지 주제가 흘러갔다.
어머니 주변 지인 중 한·미·일 동맹 강화에 찬성하는 ‘호전론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한국 지배자들 관점에서야 사드를 배치하는 등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그들의 ‘안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겠고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커다란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럴 때 전쟁터에 자식들을 내보내 목숨을 갖다 바쳐야 할 사람들이 지배자들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우리가 왜 중국·북한의 평범한 사람들과 싸워야 하느냐” 하고 말했다.
어머니는 “네 설명을 들으면 한국·미국·중국 같은 나라들 지도자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논리에 맞으면서도 뉴스 같은 데서 말하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된다”며 “특히 전쟁터에 자식들을 보낼 사람들이 그런 행동에 찬성하는 것은 자기 발등 찍는 일이라는 네 말에 정말 공감한다”고 덧붙이셨다. 그러면서 전쟁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텐데, 그렇다면 네가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이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역사적 경험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167호에 실린 ‘제1차세계대전 종전: 혁명적 노동자 운동으로 전쟁이 끝나다’ 기사에 나와 있는 내용을 요약해 설명해 드렸다.
어머니가 정말 설득력 있고 ‘현실적’으로 들리는 대안이라며 칭찬하시길래 웃으며 “그냥 아들 말이라서 칭찬하시는 거 아니냐. 총구를 자국 지배계급에 돌려야 한다고 아까 말했었는데, 이런 대안은 대단히 ‘급진적’인 것일 텐데, 이런 ‘급진적’인 대안에 정말로 동의하시는 거냐” 하고 농담했다. 그때 어머니가 하신 대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네 말대로 ‘급진적’인 대안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급진적’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보통 부정적 함의로 쓰인다는 걸 고려할 때] 사실 ‘급진적’이라는 말은 이런 데 붙일 게 아닌 것 같다. 이미 많은 것을 갖고도 더 갖고 싶어서 남의 목숨을 빼앗고 싸움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정말로 ‘급진적’인 것 아니냐.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보면 세상이 참 우스운 것 같다.”
어머니의 말을 들으면서 “전쟁을 낳는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내야만 전쟁을 없앨 수 있다”는 기사의 결론이 결코 ‘공상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말로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데 확신이 한층 더해졌다. 역사적 경험에서 배우는 것의 중요성도 다시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