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대학생 캠프에 다녀와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에 대학생들이 동참하자
〈노동자 연대〉 구독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백81일째가 되던 2월 25일, 대학생·유가족 60여 명이 도봉산 자락에 모였다. 1박 2일간 진행된 ‘416 대학생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는 대학생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이 걸어 온 지난 길을 되새기고, 참사 2주기를 앞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다.
강원도에서 온 학생부터 입학을 앞둔 새내기까지 다양한 대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힘을 보태려 모였다.
캠프에 참가한 대학생 수십 명은 “이렇게 많은 대학생들이 곳곳에서 세월호를 잊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며 서로에게 고마워했다. 이번 대학생 캠프는 앞으로 더 많은 대학생들과 함께 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정부의 힘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엄마, 아빠의 힘보다 강할 수 없다”
첫 강연의 주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현주소 그리고 2주기’였다. 연설자로 나선 박주민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폭로했다. ‘세월호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 사항’의 정체는 무엇인지, 참사 직후 컨트롤타워 구실을 했어야 할 청와대는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등. 정부는 진실을 끈질기게 은폐하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박근혜는 “도덕적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감”이라 했지만, 세월호 참사의 실질적 책임은 3백4명의 목숨을 바다에 내던진 박근혜 정부에 있다. 세월호가 굉음을 내며 3백4명의 목숨과 함께 가라앉을 때조차 정부는 유가족 감시를 위해 경찰 병력을 투입했고, 해경에는 VIP(대통령) 보고만 촉구했다. 당시 한 해경 관계자가 “VIP 보고 때문에 뭘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가족과의 간담회’ 강연자로 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2학년 3반 예은 아빠)은 “2년이 지났는데도 왜 진상규명 투쟁을 해야 하는가”, “왜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가”하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풀리지 않은 진실과 정부의 진실 은폐와 맞닿아 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우리 모두 생중계로 3백4명이 죽는 것을 봐야 했다. 아무도 구조하지 않았고 왜 죽었는지도 모른다. 우린 죽음을 의혹으로 남겨둘 수 없다. 나[유가족]에게 아이들의 죽음을 납득시켜달라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11월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2015년 8월이 돼서야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가동됐다. 그러나 특조위는 수많은 정부의 방해에 직면했다. ‘안개가 자욱했던 그 날, 왜 유독 세월호만 진도 바다에 떴는지’조차 밝히지 못했다. 정부는 예산을 제한적으로 지급하고, 특조위 활동 기한도 자의적으로 판단해 사실상 특조위를 고사시키려 한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방해 속에서나마 특조위를 진행하면서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 즉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분명해”졌고, “왜 우리(유가족)가 그토록 수사권, 기소권을 요구해 왔는지 사람들에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첫날 밤에는 대학생들이 유가족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합창 대회를 하면서 문화제를 진행했다. 대학생들은 유가족과 다과회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이 깊도록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캠프에 참가한 유가족들은 “여전히 침몰해 있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해달라”고 촉구했다. 한 어머님은 “아이들이 생각날 것 같아 대학생 캠프에 오는 것이 두려웠”지만 “직접 와서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너무나 든든하고, 함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과회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캠프 참가자들과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박혜신
“진상규명 운동은 안전한 사회 건설과 연결된다”
이튿날 강연자로 나선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위험을 양산하는 사회”에서 “모든 참사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혜진 상임위원은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의 가치와 정부의 태도가 하나의 사고를 참사로 만든 문제”라며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여러 사례를 언급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공공 서비스이자 ‘국민의 발’이라고도 불리는 철도 사례였다. KTX에 불이 나도 승무원은 불을 끌 수 없다. 승무원들이 KTX의 정규 직원이 아니라 외주화된 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규정에 항의해 KTX 승무원들은 “우리는 세월호의 선원들이 되고 싶지 않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들은 안전업무를 담당이 아니고, 이에 맞춰 안전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는 철도공사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손을 들어 줬다. 현재 박근혜 정부가 사활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은 이를 더 가속화시킬 민영화, 규제 완화 등 미래의 참사를 낳을 시한폭탄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는 “생명,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앞장서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4월 16일 바다에 뜬 ‘비밀 상자’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참사의 주범이 누구인지 알 만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에 학생들이 적극 나서자
정부는 올해 6월에 특조위를 끝내려 하고, 예산도 제한했다.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은 “세금 도둑” 운운하며 특조위를 나갔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정부의 특조위 무력화와 진상규명 방해에 맞서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선내 방송에 가만히 죽음을 기다린 아이들, 제자들을 그냥 둘 수 없어 구명조끼를 벗어 던지고 선실로 돌아간 선생님들, 가라앉는 3백4명의 목숨이 스러져 가는 것을 생중계로 봐야 했던 우리.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목숨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이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참사이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에 열성적인 대열이었던 대학생과 청년, “이윤보다 생명을!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수 없다”며 저항에 나선 노동자, “정부가 살리지 못한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며 거리로 나선 청소년들이 힘을 모아야 할 이유는 여전히 분명하다.
반갑게도 배서영 4·16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캠프에서 “끝나지 않은 싸움에 대학생들이 함께 해달라”며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가 세월호 참사 2주기 대학생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를 제안 드린다”고 했다. 이 제안에 따라 꾸려질 준비위원회는 3월 5일에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준비위원회를 통해 대학생들이 4·16연대와 함께 2주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면 진실 규명 운동에 더 큰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공동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를 북돋우며 운동을 건설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세월호 참사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힘을 모으자. 대학 캠퍼스와 거리를 노란 물결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