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사기꾼 정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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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 박대규 의장 인터뷰
Q 정부는 자신들의 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하는데요.
노무현 정부는 한마디로 사기꾼 정부예요. 정부 안은 파견법을 26개 업종에서 전면 확대하겠다는 건데 비정규직 더 많이 만드는 게 비정규직 보호입니까?
또 비정규직 줄이려면 기간제 고용을 최소화해야 해요. 지금의 기간제는 계약 기간 2년을 넘으면 정규직화하도록 하고 있죠. 그런데 정부 안은 이 기간을 3년으로 늘리자는 거예요. 이게 무슨 보호입니까.
Q 정부와 언론은 노동귀족론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를 공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뭐, 정규직과 비정규직만 놓고 보면 그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옛날에 진짜 없이 살다가 이제 좀 살 만 하니까 노동귀족이라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재벌은 뭡니까? 뭐 봉건시대 ‘영주’라도 되는 겁니까?
밥 굶던 노동자가 이제 밥은 먹고 사니까 귀족이라고요? 그럼 사장들, 재벌들은 뭐냔 말이죠. 없던 노동자가 귀족됐다면, 그 때 귀족이었던 놈들은 지금 황제가 된 겁니다.
Q 정부가 비정규직 개악안 처리 유보를 시사하자 민주노총 지도부는 12월 2일 총파업을 연기했습니다. 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비정규직연대회의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대회의 안에서 총파업 강행 주장도 있었고, 현실 상황을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총파업 유보에 모두가 불만인 것은 사실이고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총파업이 가능하냐, 무리수 아니냐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지도부만 탓할 수 없다고 봅니다. 현장에서 조직이 안 되는 측면도 있다고 봐요. 지도부 입장에서도 입으로만 파업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Q 정부의 유보 제스처는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우리가 잘 싸워서 정부가 법안 처리 유보한 거라고 생각 안 해요.
지금 정부는 4대 개혁 법안과 노동 관련 법안,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봐요.
하지만 일단 4대 개혁 법안이 어떻게든 처리되면, 그 다음은 비정규직 문제를 밀어붙일 겁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우리 쪽에서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Q 민주노총의 이번 파업이 유보된 후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내년 초에 노사정위에 들어가서 노동계의 입장을 제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분명히 반대합니다. 뭐 그런 걸 ‘사회적 합의주의’라고 하던데, 이미 그것 때문에 이수호 집행부와 민주노총이 뒤통수를 맞은 겁니다. 그런데도 거기에 미련을 못 버렸다면 정신 차려야죠. 우선 내가 힘이 있어야 교섭이고 뭐고 되는 거 아닙니까.
이번에 이수호 집행부가 파업 준비하면서, 2주 동안 전국 순회를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두 달, 석 달 전국 순회해서 다음 투쟁을 조직해 내야 합니다.
이수호 위원장만이 아니라 연맹 위원장들 생각도 바뀌어야 해요. 우리 비정규직도 남 탓만 하지 않고 우리가 먼저 나설 겁니다.
Q 비정규직 투쟁이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규직은 싸워서 단협 맺으면 일단 보장되지만, 비정규직은 피터지게 싸워서 단위 사업장에서 합의해도, 법·제도 문제가 남아요. 단위 사업장 싸움만으로는 안 되고, 다 같이 한데 뭉쳐서 법·제도 개선 투쟁으로 가야 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정규직이 비정규직 위에 군림하거나 비정규직을 방패막이로 여겼다는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반대로 비정규직들도 정규직들에게 기댄 측면이 있습니다. 정규직이 뭔가 해 주기를 바라면서 스스로 나서지 않았던 측면도 있죠. 하지만 먼저 나서서 투쟁해야 연대도 됩니다.
Q 민주노동당은 단병호 의원을 통해 독자적인 비정규직 입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한 입법 투쟁과 현장 투쟁 간의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정부안이 우리가 죽기살기로 반대하는 법안이라면, 단병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재계가 죽기살기로 반대할 법안이에요. 사실상 파견법은 폐지하고, 기간제는 최소한의 기간만 쓰겠다는 것이거든요.
그렇지만 이 법안을 정말 통과시키려는 진지한 노력이 있었는지는 아쉬움이 있어요. 내용을 알리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요.
사실 민주노동당만으로는 힘이 들죠. 그렇다면 어차피 장외 투쟁을 해야 하는데, 장외 투쟁을 받아 안아야 할 부분이 민주노총과 공대위예요. 사회 여론 형성하는 작업은 공대위가 맡고, 국회 압박하는 작업은 민주노총이 맡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