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맞서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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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반도체·LCD 공장 직업병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을 약속하라며 6개월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반올림은 3월을 ‘삼성전자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달’로 정하고 추모행사와 토론회 등을 열었다.
삼성 직업병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삼성은 자신이 동의한 사회적 논의기구(조정위원회)의 권고도 거부하고 ‘보상위원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보상절차를 강행했다.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했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재발방지 대책도 반올림·가대위와 문서상 합의했을 뿐 아직 실제로 시행된 적 없다. 반올림이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다.
최근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벌어진 사건은 반올림의 투쟁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핸드폰 부품을 제작하는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조처도 없이 메탄올을 사용해 줄줄이 실명 또는 심각한 시력손상에 처하게 된 것이다.
메탄올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실명을 유발하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을 거부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소위 ‘인과관계’도 분명하다.
2016년 한국에서 메탄올 사고라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하청업체가 최소한의 안전 조치도, 안전 교육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삼성이 지난 2007년 가입한 EICC(전자산업국제시민연대)의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삼성은 EICC 지침에 따라 “하청업체 화학물질관리나 하청업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에 관심 기울이고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반올림의 요구처럼 재발방지 대책을 삼성에 내맡길 것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감시·감독하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3월 4일 열린 고 황유미 씨의 9주기 추모문화제는 삼성 반도체 직업병 투쟁을 끝까지 이어나가겠다는 결의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반올림 유가족 손성배 씨는 추모 편지를 읽었다. “유미 누나, 얼마나 억울하셨나요? 우리 아버지께서는 눈을 못 감으시더라고요. 눈꺼풀이 안 감겨서 간호사가 연고로 붙였어요.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죽인 사람이 누군지 밝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고 황유미 씨의 어머니 박상옥 씨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아빠가 왜 네가 병에 걸렸는지 원인 밝혀내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우리가 이겼거든. 그런데 삼성은 치사하게 손을 안 들고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를 안 하는구나. 그래도 우린 지치지 않고 잘 살 거야.”
세월호 유가족 '416 합창단'이 추모곡을 합창했다.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고, 너무도 뻔뻔한 자들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기에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였다.
반올림과 피해자들은 지금도 삼성본관 앞에서 연좌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은 날씨가 꽤 춥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연대를 바란다.
이렇게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 매일 저녁 강남역 8번 출구에서 연좌시위와 이어말하기가 진행됩니다.
* 아침/점심/저녁 도시락 연대를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