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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군비 경쟁을 격화시키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사드

북한의 로켓이나 핵무기보다 비할 데 없이 위험한 무기들이 동북아에 배치되고 있다. 사드가 주로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 때문에 필요하다는 거짓말에 대해서 이미 많은 칼럼니스트들과 안보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반박한 바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나 정욱식 씨 등의 기여들이 그 사례들이다.

사드는 미국 본토나 동맹국을 공격할지 모를 미사일을 마지막 비행단계(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으로서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부 무기체계이다. 물론 MD 구축은 단지 동아시아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이미 미국은 러시아의 반발을 무릅쓰고 MD 무기체계를 동유럽에 배치했다.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한다는 구실 하에 미국은 이미 루마니아에, 2018년에는 폴란드에 또 다른 기지를 배치할 계획이다.

사드로 국한한다면, 중동에도 이미 터키와 이스라엘에 사드 레이더 기지가 설치돼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중동 친미 국가들로 구성된 걸프협력회(GCC)는 사드 관련 무기 도입을 위해 록히드마틴과 협상 중이다. 사드가 단지 동북아시아만의 쟁점이 아닌 것이다. 사드는 냉전 해체 이후 더 불안정해진 제국주의에 대응하려는 미국과 그 동맹 세력의 위험한 군사전략의 일부이다.

특히 동아시아에 배치되는 사드 체계는 군비 증강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동아시아의 군비 증강 분위기를 더욱 가열시킬 것이다. 이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06~10년에 견줘 지난 5년간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의 군비 지출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게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드 배치 논의가 공식화되자, 중국은 탄도미사일 동풍호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중국의 국방비도 지난해에 비해 증가율이 좀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7.6퍼센트나 늘어났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중국은 난사군도 인공섬에 고주파 레이더 기지를 만들고 민항기를 취항시킬 것이고, 이는 주변 국가들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일 것이다. 베트남의 무기 수입이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6백99퍼센트가 증가한 현실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SIPRI 2016년 연간보고서).

일본 해상자위대 전략 강화의 지렛대인 동아시아 MD

그런데 무엇보다 동북아시아 MD 체계로 말미암을 군비 증강의 극적인 변화를 보일 곳은 특히 일본이다. 일본 지배층은 미국의 지지 속에 재무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계기로 MD와 사드를 활용해 왔다.

사실 동아시아 MD는 일본 군대의 전력 강화 없이는 추진될 수 없다. 미국의 동아시아 MD에서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해상 요격 미사일(SM-3)이 장착된 이지스함이기 때문이다. ‘지상 요격 미사일 시스템(PAC-3) + 이지스함과 해상 요격 미사일(SM-3) + 사드’로 MD가 구성되는데, 특히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면 해상 요격 미사일 체계를 우선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였다. 그래서 일본은 2004년부터 한 발에 1백50억 원이고 한 번에 7발이 연속 발사되는 SM-3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2005년부터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미쓰비시 중공업이 록히드마틴과 함께 아예 MD 관련 부품들을 공동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이 미국에 각별한 중요성을 가지는 까닭이 있다. 난사군도-동중국해-서해로 이어지는 유(U)자 모양의 아시아 태평양의 주요 분쟁은 미국의 ‘내해 전략’(자기의 바다라는 뜻에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역이다. 그리고 육군이나 공군과 달리 해군의 항모전단과 잠수함 전단(미사일을 탑재한)은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해군력은 아태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각별히 중요하다(이재형, 《중국의 해양전쟁)). 이 점에 관해서는 미국 정치 군사 전략가 브레진스키가 일찍이 지적한 바 있다. “연료 보급형 장거리 전투기와 현대적 잠수함 선단의 지원을 받는 일본 해군은 이미 미 해군에까지 비견할 만하며,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브레진스키, 2004). 2015년 일본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전함을 공식 취역시켰다(국방기술품질원, 〈글로벌 디펜스 뉴스〉 제1153호, 2015년 3월 26일). 미국한테 일본 해군력은 활용 가치가 큰 것이다.

해상자위대 강화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 지배계급이 추진해 온 전략이기도 하다. 해군력 강화는 안정적 무역로 확보라는 이유 때문에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수단으로 일본이 해상자위대에 화력을 집중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냉전이 끝나가던 1990년대부터 중국 해군력이 급부상하자 일본 잠수 함대 전력은 동아시아의 군사력 지위 변화에 적극 부응하려 했다. 이는 2004년부터 일본의 방위대강 보고서에 매우 강조된 전략이기도 하다. 그 결과 일본은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함 4척에 SM-3 미사일을 대거 탑재하고 지상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상당 규모로 배치하기 위해 2004년부터 2015년까지 17조 엔 이상을 사용했다(일본 방위청 통계).

모의 전쟁과 실전 개입 확대와 사드 배치

그런데 군사력 증강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군사훈련 및 실전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첨단무기가 아무리 많이 배치된다 해도 그것을 운용할 수 있는 실전 훈련이 부족하다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그동안 전투 지역에 개입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자위대의 군사작전 참가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관련 제약을 없애기 위한 조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9·11 사건이 전환점 구실을 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해 일본은 인도양에 이지스함을 파견했고 2004년에는 육해공을 망라한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했다. 2005년에는 쓰나미가 휩쓸고 간 동남아시아에서 재난 구조 작전을 벌였으며, 2009년에는 아덴 만에 함정을 보내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한 여러 나라의 공동작전에도 참여했다.

군대 해외 파견을 통해 실전력을 강화할 필요성을 체험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장애물(평화헌법 등)을 제거한 뒤, 일본 첨단 무기의 생산과 배치를 확대해 군사력을 더욱 증강한다는 게 현재 일본 아베 정권의 전략이다.

급기야 2015년 4월 새로운 방위협력지침이 미일 간에 합의됨으로써 군사작전 범위 확대는 기정사실이 됐다. 미·일 양국의 지리적 작전 범위를 일본 주변 지역에서 아시아 태평양 및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하고 협력 범위를 집단자위권과 대규모 재해, 사이버 및 우주까지 안보 전 영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사드를 포함한 MD 배치는 바로 일본의 군사작전 범위를 공식적으로 넓혀 주는 확실한 보증수표가 된다.

해상에서의 일본 군사력 확대는 한국과도 연관돼 있다. 일본의 군사작전에 한국 해군도 이제 본격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해상자위대와 한국 해군은 아프리카 동부의 소말리아 아덴 만에서 최초로 한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하에서 비밀리에 시작됐고 2012년부터 공식화된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미국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의 목표는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와의 상호운용성과 소통을 향상’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거기에 사드마저 한국에 배치된다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을 높일 뿐 아니라 일본 해상자위대의 군사작전의 범위를 넓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의 사드 기지 배치는 해상미사일 및 지상요격미사일에다 ‘사드의 눈’이라는 레이더 기지까지 배치한 일본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동아시아 MD의 마지막 구성요소였을 것이다.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력과 군사력 양성은 일본 지배계급에게 실로 “꿈”이었다. 그리고 사드는 일본 군국주의의 “꿈”에 날개를 달아 주는 위험천만한 미·일 제국주의 군사전략의 중요한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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