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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마, 돈 좀 빌려주라

재선에 성공한 부시 정부가 이라크에서 유혈낭자한 혼란을 조성하는 것을 보는 전 세계인의 마음은 이미 꽤나 절망적이다.
그러나 많은 논평가들이 예상한 달러 위기가 본격화된다면 사정은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
달러는 유로나 엔 등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한동안 천천히 하락해 왔다. 전반적으로 달러의 무역 가중치 환산 가치는 약 17퍼센트 하락했다.
분명한 것은 무능한 미국 재무장관 존 스노가 뭐라고 말하든 부시 정부가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환율이 다른 통화들보다 낮을수록 미국의 수출품 가격도 다른 경쟁국들보다 낮아진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수입이 수출보다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는 이제 국민소득의 약 5.5퍼센트를 차지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자본주의의 불균형을 추적해 온 두 명의 경제학자 윈 고들리와 알렉스 이주리에타는 현 추세대로라면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2006년 7퍼센트, 2008년 8.5퍼센트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은행은 그런 수준의 적자가 지속되는 경제라면 모두 외채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미국의 왕성한 수입이 결정적으로 나머지 세계 경제를 계속 떠받치고 있다.
그 대가는 미국이 수입품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돈을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이 미국에 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총외채(부채와 대 미국 해외직접투자)는 10조 5천1백50억 달러(약 1경 1천1백24조 8천7백억 원)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와 부시 정부의 여러 바보들은 이런 대규모 자본유입이 투자가들이 얻을 수 있는 고수익과 미국 경제의 강세에 이끌린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 해외직접투자에서 더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다.
미국 외채의 거의 3분의 2가 미국 정부와 기업들에 대한 대출 결과다. 동아시아가 올해 미국에 빌려 줄 것으로 예상되는 돈은 3천1백억 달러(약 3백27조 9천8백억 원)로, 이는 연간 적자의 거의 절반이다.
사실, 외국 정부들, 특히 동아시아 정부들이 조달한 돈이 2002년과 2003년, 2004년 상반기 미국의 누적 국제수지적자 1조 1천3백18억 달러(약 1천3백94조 4천4백 원)의 43퍼센트, 즉 5천6백40억 달러에 달한다.
존 플렌더는 이라크 침략 직전에 〈파이낸셜 타임스〉에 쓴 글에서 “군자금은 아시아에서 나오고 있다.” 하고 논평했다.
조지 부시의 온갖 허풍에도 불구하고 그의 막강한 국방부는 사실 외국의 보상금에 의존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유입되는 자본은 자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3대 경제 ― 일본·중국·한국 ― 가 모두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량 수출에 의존해야 한다.
또, 세 나라 모두 대규모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 이런 흑자의 일부를 미국에 빌려 줌으로써 동아시아 나라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달러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 미국 시장에서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동아시아는 미국에 수출해서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에 빌려 줌으로써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이런 수입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자본 순환이 세계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순환이 해체되기 시작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채는 지탱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에 따르면, “미국의 총외채는 수출소득의 11배다. … 이 수치는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처럼 위기에 빠진 라틴아메리카 경제들의 수준과 비슷하다.”
미국의 전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는 부시 정부가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 테러의 균형”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동아시아는 막대한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가치는 심각한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폭락할지도 모른다.
예컨대, 중국 위안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5분의 2쯤 하락하면 중국은 2천억 달러를 잃을 수 있다.
그러나 통제할 수 없는 공황 심리가 금융시장에서 발전해 달러화가 폭락하면 투자가들이 자신들의 달러 표시 자산을 대거 내다팔게 될 것이고 그리 되면 달러화가 더 폭락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위기는 세계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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