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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정미·김종대·추혜선·윤소하)

20대 총선에서 진보·좌파 후보들은 거대 야당들의 압박 등 어려운 조건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특히 민주노총이 구심이 돼 ‘영남 노동벨트’에서 민주노총 전략후보들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한 것은 고무적이다. 〈노동자 연대〉는 앞으로 4년간 의회에서 변화 염원 대중의 요구를 대변할 당선인들을 소개하면서, 진보·좌파 정치 운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정미 당선인

이정미 국회의원 당선인은 대학 2학년 때 중퇴하고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노동운동, 통일운동 등을 하다 민주노동당에 입당해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대변인, 정의당 대변인, 부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 당선인은 자민통 계열의 인천연합 경향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주로 정의당 지도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사회민주주의 정치인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해 왔다.

이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자신은 공산주의자가 아니고 민주주의와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북한에 비판적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정미 당선인은 국회에서 제1호 법안으로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법은 성소수자 커플이나 동거인 등도 가족으로 인정하게 하는 법안이다.

정의당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노동운동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당선인은 자신도 “사회운동을 노동운동으로 시작했다”며 노동자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찾아갈 수 있는 정당”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추혜선 당선인

추혜선 당선인은 KBS노조와 SBS노조 간사를 거쳐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20년간 언론개혁 운동을 해 왔다. 그래서 언론계 노조들과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발이 넓은 활동가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추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의 양심적 언론인에 대한 탄압에 맞서며 언론개혁에 앞장서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1호 법안으로 정보통신인권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보기관이 테러방지법을 이용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방송·통신·ICT 분야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도급과 재하도급 등 고용불안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래서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대가 크다. 정의당 내 비례후보 경선 과정에서 희망연대노조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 수백 명이 추 당선인을 지지하며 정의당에 집단 입당하기도 했다.

그런 기대와 요구를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회 김진혁 교육위원은 이렇게 표현했다. “방송통신 쪽에 비정규직들이 많은데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계약이 1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원청의 갑질에 반대하고 고용을 보장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윤소하 당선인

윤소하 당선인은 목포와 호남 지역에서 30년간 활동했다. 광주·전남 진보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정의당 전남도당위원장이다.

윤 당선인은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진보정치의 기반을 일궈 온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2010년 목포에서는 주민 1만 4백80명에게 서명을 받아 전국 최초로 주민발의 학교 무상급식조례를 제정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목포 8개 선거구 중 4곳에서 진보 후보가 당선되고 그 여세로 비례의원까지 당선했다. 이 과정을 주도한 윤 당선인은 당시의 성공 사례를 꾸준한 실천으로 진보·좌파 정치를 지역에서 뿌리내리게 한 대표적 성과로 꼽는다.

윤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농민, 청년, 비정규직, 중소상인을 위한 법률 제정을 공약했다. 특히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공익 농민 기본소득 지급 등 농민 공약을 강조했다. 원하청연대보증법을 도입해 원청 기업도 하청 노동자의 임금 체불에 책임을 지게 하겠다고도 공약했다. ‘단가 후려치기 방지법’ 제정 등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상생을 도모하겠다고도 밝혔다.

김종대 당선인

김영익

김종대 당선인은 오랫동안 안보 전문지 편집장을 맡아 온 국방·안보 전문가다. 1992년부터 군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비서관, 보좌관으로 일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하에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김 당선인은 여러 시민단체들과도 연을 맺는 한편, 군 장성 35명을 만나고 취재해 《서해전쟁》 같은 책을 낼 정도로 군부에도 발이 넓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임동원, 이종석 등 남북화해협력 정책의 주요 이데올로그들이자 전직 정부 고위 관리 출신들이 그를 지지했다.

김 당선인은 그동안 여러 책과 글을 내면서 사드 배치, 북한 ‘위협’ 과장, 한미 동맹 일변도의 외교 등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계속 비판해 왔다. 무기 도입 비리 등 군부 내 부정부패 문제도 분석하고 폭로해 왔다. 이런 점들이 그가 비례 상위 순번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정의당 지도부는 지난해 8월 정의당이 국가 안보 문제에도 관심이 있음을 보여 줘 외연을 넓히기 위해 김 당선인을 영입했다.

그러나 김 당선인이 박근혜 정부의 “가짜 안보”와 다른 “진짜 안보”를 강조하고 ‘노무현의 자주국방론에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다’고 주장하는 건 우려가 되는 지점이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자국 안보 지지’를 강조하고 이 방면에서 유능함을 입증하려 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음을 역사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제국주의적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국 지배계급을 편드는 쪽으로 나아가는 문제이다.

노무현의 자주국방론이 현실에서는 친미로 기울고 대대적 군비 확충으로 나아갔음을 감안할 때, 김 당선인이 의정 활동에서 자주국방론의 한계를 근본에서 극복할지도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