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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보법 시행:
군사대국화를 막으려는 저항도 계속되다

지난해 9월 국회를 통과한 일본 안보법(집단적자위권 용인에 따라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와 역할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안보 관련 11개 법)이 3월 29일 시행됐다. 같은 날 일본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비 예산(2106년도)도 확정했다. 아베 집권 이후 방위비 예산은 4년 연속 증가하고 있는데, 올해 1.5퍼센트 증가하며 처음으로 5조 엔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해양 진출 대비(해상자위대 강화)와 북한 미사일 대비(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가속)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이번 예산에는 이지스함을 증강할 재원도 포함됐다.

일본 안보법은 세계 체제 특히 동아시아에서 군사력을 보유함으로써 자국의 상대적 경제력 하락을 만회해 강력한 지정학적 행위자로 거듭나려는 일본 지배계급의 야욕이다. 세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특히, 동아시아에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일본의 군사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도 일본이 동맹국으로써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한국 또한 지역에서 자국의 존재감을 높이려면 한미 동맹과 한·미·일 동맹을 실질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미국과 일본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 베트남 등과 미·일의 군사 교류 행보는 중국을 자극하고 있어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안보]법 시행의 중심은 한반도가 아닌 일본의 남쪽을 향하고 있다. 즉,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확보하는 것이 변화하는 일본 국가전략의 핵심이다. 일본은 현재 남중국해를 시야에 넣은 ‘대전략’을 구상 중이다. ··· 간단히 말하면 동중국해에서의 중국 봉쇄가 핵심이다. 안보관련법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그 중심이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제 일본의 구상은 인도·태평양 안보 개념과 미·일·필리핀, 미·일·베트남이라는 두 개의 삼각협력의 증진으로 확대되어 전개되고 있다.”(평화재단)

수비크 만

최근 미국은 필리핀한테 수비크 만을 포함한 군사기지 8곳을 제공 받아, 필리핀에 장기 주둔할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수비크 만은 1992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미 해군 기지가 있던 요충지인데 이곳에 미군이 24년 만에 복귀한 것이다. 올해 들어 미국은 이 지역에 핵 잠수함·항공모함 등을 파견하며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고 며칠 전에는 중국 군함과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도 미국의 행보에 발맞춰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의 군사 교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일본에 가장 먼저 요청한 사안이 드넓은 남중국해의 대잠 초계 활동을 분담해 달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해상초계기가 남중국해 비행 활동을 사실상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군이 남중국해 상(중국이 건설하는 인공섬 주변)에서 벌이는 순찰 활동을 일본이 독자적으로 지원한다는 의미가 있다.”(〈요미우리신문〉)

4월 중순 일본이 호위함 이세 호(수직이착륙기 운용이 가능한 사실상의 경함모)를 인도네시아와의 훈련에 파견할 예정인데, 이는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에서 미일 동맹을 과시할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일 동맹의 공세는 중국을 더한층 자극할 것이고, 그래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국내 진보·좌파 일각에서는 일본 안보법 시행과 한·일 군사협력 문제를 주로 일본의 “한반도 재침탈”, “일본군의 대북 선제 공격 가능성”에 주목해 문제 삼고 있다. 물론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은 식민지 경험이 있는 한국에서는 민감한 쟁점이다. 그러나 이 점만을 너무 부각하다 보면, 일본 안보법이 제국주의 간 경쟁의 산물임을 놓치거나 한반도 불안정을 제국주의 세계 체제의 맥락에서 보지 못하게 된다.

안보법이 시행되던 날 일본 안보법 반대 운동은 도쿄에서만 약 3만 7천 명이 모여 국회 앞 시위를 벌였다. 홋카이도, 오사카를 비롯한 다른 대도시에서도 동시다발 시위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전쟁법(안보법) 반대 시위 이후 7월 참의원 선거(와 3~4월 보궐선거)를 겨냥한 야권 후보 단일화(주되게는 1인 선거구에서 민주당과 공산당의 ‘반 아베·안보법’ 후보 단일화)가 진척을 보이고 있다. 전체 1인 선거구 중 절반 이상에서 야당들이 단일화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정권 교체까지는 힘들어도 자민·공명 연립정권의 참의원 의석 2/3 차지(국회에서 연립정당 단독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수)는 저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아베는 소비세 추가 인상을 국민에게 묻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고 7월 중의원·참의원 동시 선거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아베도 선거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듯하다.

일본 안보법 시행일에 맞춰 일본 해상자위대 막료장(한국의 해군 참모총장에 해당)이 방한해 국방장관·합참의장 등과 면담을 했다. 아마도 안보법 시행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이날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일본의 지지와 일본의 안보관련법 시행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서로 교환됐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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