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은 보수화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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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5호 신문에서 한규한 씨는 2005년도 대학 총학생회 선거 결과의 특징으로 서울에서 ‘비운동권’을 표방하는 후보들의 대거 당선을 첫번째로 꼽았다. 그러면서 현재 ‘비운동권’에게 유리한 이데올로기 지형이 대학에 형성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 ‘비운동권’을 표방하는 ‘운동권’보다 ‘진짜 비운동권’ 후보가 더 유리했다고 암시했다.
심지어 “올해 대학 선거 과정에서 자유주의 노무현 정부에 대한 급진적 비판은 매우 드물었”고 “자본주의 경쟁 논리도 도전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들은 마치 지난 몇 년 동안 대학생들이 꾸준히 보수화됐고, 운동권의 쇠퇴와 비운동권의 부상이 장기적 추세라는 식의 널리 퍼져 있는 주장을 수긍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 총학생회 선거는 노무현에게 표를 던졌던 꽤 많은 대학생들이 노무현의 우경화에 실망과 환멸을 느끼는 상황에서 치러졌다. 더는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게 된 이 집단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총학생회 선거 후보들의 과제였던 셈이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이 집단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쪽은 노무현보다 왼쪽에 있는 세력이었지, 노무현과 같거나 오른쪽에 있는 세력이 아니었다.
총학생회 입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에서도 이 점이 드러난다. 전국 66개 대학의 총학생회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이런 사실들은 한국 대학이 급진화하고 있는 분위기임을 보여 준다. 이것은 오늘날 국제적인 반자본주의 운동의 상징이 돼 있는 체 게바라의 이미지를 내세운 서울대 Q선본
‘비운동권’ 후보들의 약진이 올해 총학생회 선거의 중요한 특징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학생운동의 성격 변화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고, 또한 장기적인 추세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다. 그 동안 ‘비운동권’ 학생회 탄생으로 화제를 모았던 대학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 대학의 ‘비운동권’ 학생회는 곧 ‘운동권’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거나 엎치락뒤치락했다. 성균관대에서는 ‘비운동권’ 학생회가 몇 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좌파가 다시 성장해 올해 서울 캠퍼스에서는 득표면에서 ‘운동권’ 후보가 ‘비운동권’ 후보를 누르고 학생 다수의 지지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