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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주간2교대 양보교섭안 부결:
임금·조건 후퇴 없는 8+8에 대한 조합원 열망을 보여 주다

4월 22일 기아차 노동자들이 김성락 집행부의 8+8 교대제 관련 잠정합의안을 66.6퍼센트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기아차에서 가장 큰 화성공장에선 무려 84퍼센트가 반대표를 찍었다.
주야 8시간 근무는 노동자들의 오랜 요구였다. 기아차는 2013년에 주야 10시간 근무를 8+9 교대제로 전환했고, 올해 8+8 교대제를 시행키로 한 상태다.
그런데 사측과 김성락 집행부가 내놓은 잠정합의안은 잔업 30분 연장, 2조 점심시간 10분 축소 등으로 노동시간은 기존보다 15분만 줄이고, 노동강도를 높이고(1 UPH-UP), 월 평균 4만 원가량의 임금을 삭감하고, 이후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에게 교대제 전환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좌파를 자처한 김성락 집행부는 사측의 생산량 보전 압박이 강한 상황에서, 또 현대차 노사가 이미 비슷한 양보교섭을 체결해 이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합의는 불가피하다고 여긴 듯하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은 높은 반대로 집행부에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김종석 집행부가 똑같은 문제에 부딪혀 양보교섭을 시도했다가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는데, 김성락 집행부도 이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기아차 노동자들의 잠정합의안 부결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꺾이지 않았고 적절한 지도력이 제공되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 기아차모임이 4월 26일 발행해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반포한 리플릿이다. 이들에 따르면,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 리플릿에 대한 호응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4월 27일 현재 기아차 화성공장에선 '잔업·특근 거부 투쟁 재개'를 요구하는 연서명이 조직되고 있다.

김성락 집행부가 가져온 8+8 잠정합의안이 66.6퍼센트의 반대로 부결됐다. 조합원들의 불만은 매우 깊고 컸다. 찬성률로 치면 역대 최악이다. 특히 화성 공장에선 무려 84퍼센트가 반대표를 던졌다. 압도적이다.

이 같은 결과의 근저에는 8+9(8+9.33) 도입 이후 강화된 노동강도와 단협 개악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예컨대, 조합원들은 UPH-UP에 상당히 민감하다. 지난해 집행부의 양보교섭 반대를 내건 교섭장 봉쇄 시위가 지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활동가들의 노력도 총회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난해 ‘현장공투’는 항의 시위를 벌여 양보교섭을 막았고, 조합원들의 지지 속에 대의원대회에서 양보안이 폐기됐다. 올해도 교섭장 앞 시위가 조직됐다. 특히 조립공투위가 적극 부결을 선동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 임금·노동조건 후퇴 없는 ‘온전한 8+8’에 대한 지지와 열망이 커졌다. 이번 총회 결과는 이 점을 명백히 보여 준다.

집행부의 왜곡된 평가

그런데 김성락 집행부는 “조합원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평가는 거꾸로 하고 있다.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노동강도나 휴일 유지보다는 임금 보전이 더 중요”했다고 황당하게 평했다. 깊은 반성은커녕, ‘UPH를 더 올려 임금만 맞추면 되는 것 아니냐’고 조합원들을 은근히 협박한 것이다.

이는 노동강도 강화와 임금 보전을 맞바꾸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주장을 강력히 시사한다.

결국 조합원들의 열망을 올곧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임 집행부와 유사한 안으로 합의하겠다는 협박을 통해 조합원들의 열기를 식히려는 것이다.

집행부는 부결 원인을 ‘반대파’에게 돌리며,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도 부렸다. 김성락 집행부는 총회 결과를 자기 입맛에 맞게 멋대로 왜곡해선 안 된다.

생산량 보전을 전제해선 조삼모사 밖에 안 된다

전임 집행부의 안과 김성락 집행부의 잠정합의안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사측이 요구하는 생산량을 100퍼센트 보전해 임금을 100퍼센트 보전 받을 것이냐? 아니면, 생산량을 90퍼센트 보전해 임금을 90퍼센트 보전 받을 것이냐? 고작 이런 정도의 차이다.

김성락 집행부는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에도 여전히 조삼모사 식 방안을 찾고 있다. 이번에는 임금을 보전하되 노동강도나 휴일을 더 양보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악순환의 원인은 생산량 보전을 기준으로 놓고, 우리의 임금·조건을 조율하려는 데서 비롯한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 조정을 해도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우리다. 이렇게 해서는 자신들은 조금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사측에 제대로 도전하기도, ‘온전한 8+8’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제대로 반영하기도 어렵다.

김성락 집행부와 금속힘 활동가들도 이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2012년 8+9 합의 당시 3무 원칙을 강력히 주장했던 것이 바로 금속힘이다. ‘집행부 해 보니 현실은 다르더라’는 생각이라면, 뭐 하러 집행부가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측에 정면 도전하기를 그렇게 겁내서야 조합원들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번 총회 결과는 생산량 보전을 전제한 합의가 조합원들의 요구를 올바로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 줬다.

잠정합의안 부결을 선동한 이들 사이에서도 이 점이 분명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온전한 8+8 쟁취’ 투쟁에 진지한 활동가라면, 생산량 보전 논리를 깨고 3무 원칙을 움켜쥐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제기해야 한다.

잔업·특근 거부 투쟁을 즉각 재개하라

조합원들은 총회에서 ‘온전한 8+8 쟁취’에 대한 열망과 자신감을 보여 줬다. 이런 열기를 계속 이어나가 성과를 내려면, 투쟁이라는 대안을 구축해야 한다.

그동안에도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집행부가 투쟁을 조직하지 않은 채 시간을 질질 끌며 기층의 열기를 식히고 다시 비슷한 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들이밀곤 했다. 그러면 조합원들은 다른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을 갑갑해 했고, 결국 부족한 합의안이 통과되곤 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잔업·특근 거부 투쟁을 재개해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를 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임단투를 앞당겨 투쟁을 더 강력하게 확대해 나가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김성락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뜻을 왜곡하며 변명과 핑계를 대고 있다. 집행부가 계속 투쟁을 회피하고 조합원의 열망을 저버리려 한다면, 현장 활동가들이 부결 선동에 나선 것처럼 투쟁을 건설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좌파 활동가들과 대의원들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투쟁을 선동하고, 조립공투위·대의원대회 등에서 잠정합의 부결의 의미를 올바로 대변하며 투쟁 재개와 3무 원칙 등을 호소해야 한다.

기아차의 ‘온전한 8+8’ 투쟁이 중요한 이유

3년 전까지 기아차 노동자들은 주야 10+10 근무에 시달렸다. 이윤에 눈먼 자본가들은 하루 종일 공장을 돌려 설비 효율을 높이려고 밤샘 노동을 도입했다. 야간조는 거의 산송장처럼 컨베이어 벨트에 몸을 맡기고 오전 7시경까지 일했다.

이런 우리에게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은 매우 사활적 과제였다.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은 지난 십 수년간 주간2교대 도입을 외치며 싸웠다. 2012년에 현대·기아차지부는 2년의 무쟁의를 깨고 투쟁에 나서, 8+9 근무제를 도입케 했다. 이는 부품사들에도 영향을 미쳐, 2015년 현재 부품사 50여 곳에 이 제도가 도입됐거나 준비 중이다.

그런데 사측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저들은 생산량이 20퍼센트가량 줄어드는 데 노발대발하며 ‘생산량이 보전돼야 임금을 보전해 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아쉽게도 당시 현대·기아차지부 집행부는 이에 타협했다. 집행부는 투쟁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는 생산량 보전을 전제로, UPH-UP, 휴일·휴게시간 축소, 이중임금제 도입 등 양보협상을 타결 지었다.

이는 노동운동이 오랫동안 견지해 온 ‘3무 원칙’ 즉,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유연화(전환배치, 외주화 등) 없는 노동시간 단축 요구를 후퇴시킨 것이었다. 그 뒤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생산량 보전 논리가 크게 자리잡았다. 부품사들에서도 후퇴가 잇따랐고, 올 초 현대차는 8+8을 도입하면서 또다시 노동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생산량 보전’ 논리는 거스를 수 없는 전제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한다면, 얼마든지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고 방향을 바로잡을 수 있다. 기아차 노동자들은 주5일제 투쟁에서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를 막아 낸 자랑스런 역사가 있다. 2013년 초에 현대차 노동자들은 8+9 도입 시 특근 수당이 삭감된 데 항의해 현장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 기아차 조합원들이 집행부의 잠정합의안을 높은 반대로 부결시킨 것은 매우 의미 깊다. 이는 임금·노동조건 후퇴를 수반해서는 안 된다는 노동자들의 열망을 보여 줬다.

특히 기아차지부는 금속노조의 양대 기둥 중 하나다. 기아차에서 임금·노동조건 후퇴 없는 8+8을 쟁취한다면, 이는 노동운동에 퍼져 있는 잘못된 전제를 깨고 투쟁의 올바른 ‘기준 모델’을 제시하는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할 열쇠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조직과 투쟁 전통을 가진 기아차 노동자들은 이를 쟁취할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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